정진석 자유한국당 경제파탄 대책특위 위원장(가운데)과 홍문표 사무총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전략 수립을 위한 중진의원-상임·특위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은 김성태 원내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이 서로를 향한 막말을 쏟아내며 사실상 내전 상태로 빠지고 있다. 당내에선 “당이 아직도 ‘바닥’을 안 친 것 같다”며, 총선과 대선에 이어 “6·13 지방선거까지 망해야 정신을 차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1일 자유한국당은 하루종일 홍준표 대표를 중심으로 벌어진 막말 공방으로 어수선했다. 발단은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개최를 요구하며 홍 대표의 독단적 당 운영을 비판해온 중진의원들 일부가 ‘홍준표 험지 출마론’을 거론하면서 시작됐다. 일부 중진의원은 “홍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직접 출마하거나, 홍 대표의 옛 지역구였던 서울 동대문이나 송파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는 희생적 자세를 보여야 선거 분위기가 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홍 대표는 페이스북에 “그들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켜 당이 공백이 되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 줌도 안 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을 이제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다음 총선 때는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홍 대표와 중진의원과의 싸움은 옛 친박근혜계와의 2차전으로 번졌다. 김진태 의원은 ‘박근혜 동정심을 팔아 정치적 연명을 시도하는 세력과는 결별할 수밖에 없다’는 지난 18일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개인 입장문을 통해 “박근혜를 필요에 따라 들었다 놨다 하는 얄팍한 정치꾼”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당은 대표의 놀이터가 아니다. 대표로서의 품위를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지쳤다. 지방선거까지 일체의 발언을 자제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3차전은 홍 대표의 전·현 측근 사이 ‘대리전’으로 번졌다. 장제원 대변인은 최근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이종혁 전 최고위원을 겨냥해 “지역구 경선에서 두 번이나 연속 낙마했던 이 전 의원이 자신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배려한 당을 헐뜯는 것은 배은망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정치 똑바로 배워라. 21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중진의원들이 예정대로 22일 오전 모임을 갖고 ‘홍준표 책임론’을 거론할 경우 당내 갈등은 증폭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루가 될 정도로 한번 더 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홍 대표가 이날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한번 당권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배경을 두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홍 대표 임기는 내년 7월까지인데, 6·1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조기 전당대회가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 홍 대표가 ‘재신임’을 받겠다며 당 대표로 출마해 선출될 경우 21대 총선(2020년 4월)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남일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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