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2기 혁신위원회 혁신안 발표에서 혁신위원으로부터 혁신안을 전달받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내우외환’이 깊어지는 가운데, 당 보좌진들도 당 내 상황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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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모 당 의원실 보좌진’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국회 직원들이 모인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직원인증글로 “의원실 보좌진이 된 뒤 당원 가입 압박·당비 납부 실적 보고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통일대교 노숙투쟁에 동원됐다’는 글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보인다. 그는 “의원님이 실적을 채워야한다며 가족 모두의 당원가입신청서를 받아오라고 하셨다”며 “지난 8월에는 보좌진 전원의 신상명세와 당비납부내역을 보고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고 밝혔다. “보좌진이 당원이 아니면 당협 평가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과 함께” 내려온 공문이었다고 한다.
보좌진은 자유한국당 소속이거나 의원 개인과 고용관계가 아닌, 국회 사무처가 채용하는 공무원 신분이다. 하지만 당원 확대 압박은 물론,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 노숙시위 등 주말에도 동원령에 시달렸다고도 털어놨다. 법적으로 보장된 수당도 받지 못했다. “대선 당시 보좌진들은 법에 명시된 선거사무원 수당은커녕 실비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선거 직후 당이 어렵다며 보좌관 월 5만원, 비서관 월3만원의 직책당비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당 대표’와 ‘사무총장’ 직함을 거론하며, “보좌진이 당원 가입과 당비 납부, 행사 동원, 각종 업무를 강요받는 이유는 국회의원의 목줄을 잡고 입맛 따라 공천을 주는 지도부 때문이고 국민을 위해 일할 준비가 된 사람이 아니라, 시키는 대로 따르는 사람에게 공천을 주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당 지도부를 향해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8월부터 ‘조직 혁신’을 위해 당무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당원 모집 등의 실적에 따라 당협위원장의 점수를 매긴 바 있다. ‘강한 야당으로 체질 개선’을 표방한 김성태 원내대표 취임 뒤엔 잦은 현장 점거 시위 등도 벌여 왔다.
이 글은 “서울 시장 공천 후보도 내지 못하고, 여성·청년 당 지지율이 한자릿수”인 당의 현실을 토로하며 당 지도부가 당 내의 합리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때일수록 분열해선 안된다’는 외침이 합리적 비판을 뭉갰다. 그 결과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끌었던 보수당은 영남 지역정당으로 내려앉았다”고 쓴 그는 “진정한 혁신은 비판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 무조건 (당원)증원, 무조건 단결은 북한식 전체주의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같이 ‘야당’으로서의 ‘조직 혁신’ 과정을 이어왔음에도 당 지지율이 정체하는 등 마땅한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잇따른 지방선거 인재 영입 실패에 따른 홍 대표와 중진 간 책임 공방 등 당 내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단합’을 이유로 묵묵히 따라 온 실무진들도 불만이 누적된 상태로 보인다. 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뼈를 깎는 혁신의 고통이 정작 당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실패한 윗분들이 아니라 당직자나 보좌진들에게 전가됐다”고 꼬집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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