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전날 띄운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논의에 바른미래당의 아침이 크게 술렁였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28일 오전 9시 바른미래당 공개 최고위가 열리기 30분 전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비공개 사전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선 전날 대구를 찾은 유승민 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연대에 대해 “당내 반발이나 국민의 오해를 극복하면 부분적인 연대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발언한 데 대한 반발이 쏟아졌다.
먼저 광주를 지역구로 둔 박주선 공동대표가 물꼬를 텄다. 박 대표는 “이 회의에 들어오기 직전까지도 지역에서 항의 전화를 받았다. 육두문자까지 들었다”며 반발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역시 광주 의원인 김동철 원내대표도 “양극단 정치를 극복하고자 했던 창당정신에 위배된다”며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논의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광주의 권은희 의원도 “어제 광주 지역구를 돌다가 유승민 대표의 그 기사가 나온 뒤 더 돌 수가 없었다”며 호남 민심을 전했다. 국민의당 출신 김중로 의원은 “이렇게 민감한 문제는 사전에 논의를 한 뒤 발언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발언이 없었다고 한다.
이어 9시에 시작된 공개 회의에서 유 대표는 “어제 말한 배경은, 바른미래당의 유일한 현역 도지사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그동안 일관되게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주에서 일대일 구도를 희망해와서 저도 노력해보겠다 약속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제주든 서울이든 부분적 연대에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발언에 대해 분명히 몇 가지 장애물이 있다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라며 “당내 비판과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 견제를 위해 타당한 연대로 봐줄지 아니면 야합으로 볼 건지의 문제, 상대방이 있는 문제라서 조심스럽다는 전제를 깔고 그런 얘기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주선 대표는 “유 대표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서 취지와 다르게 과잉 보도가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자유한국당과는 연대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선거에서 이기겠다고 출발 목표와 목적을 잊고 연대하는 건 국민을 기망하고 우리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어서 도저히 될 수 없다”며 “우리에게는 당선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양당 구도를 혁파하고 국민의 통합과 양보하기 어려운 가치에 대해서는 단호히 가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가 당내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전날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를 꺼내놓은 것은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붙잡기 위한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의를 모두 마친 뒤 유승민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반대가 상당히 있는데 한 번 제가 그런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 건 이것은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될 문제고 우리 스스로 내부적으로 어느 길로 가든 다지고는 가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의견들 잘 들었다 그 정도로 일단 (말하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논의해야된다는 입장은 그대로냐’는 질문에 “내가 어제 그리 얘기 했으니까 일단은 그 정도로 한번 두고 보자”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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