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공동대표(왼쪽)가 3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고, 김동철 원내대표(오른쪽)는 본회의장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유 공동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박주선 공동대표, 김 원내대표 등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자유한국당과의 6·13 지방선거 연대에 “마음이 조금 열려 있다”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발언에 30일 바른미래당이 종일 술렁였다. 특히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유 대표를 향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크게 반발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에 이기겠다고 출범 목적과 목표를 저버린 채 선거공학적으로 연대나 연합을 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일 뿐만 아니라 정체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과 연대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날 대구를 찾은 유 대표가 원희룡 제주지사와, 서울시장에 출마할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을 언급하며 자유한국당과 “부분적 (선거)연대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밝힌 데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이날 최고위 비공개 회의 분위기는 험악했다고 한다.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회의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지역에서 항의 전화를 받았다. 육두문자까지 들었다”(박주선) “양극단 정치를 극복하고자 했던 창당정신에 위배된다”(김동철) “어제 광주 지역구를 돌다가 유 대표 발언 기사가 나온 뒤 더 돌 수 없었다”(권은희) 등 거세게 반발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서울이 지역구인 김성식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을 반대했고 성찰 없는 구태의 연속으로 국민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정치세력과의 선거연대는 어불성설”이라며 반대했다.
유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당내 비판과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국민들이 연대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타당한 연대로 봐줄지, 아니면 야합으로 볼 건지의 문제, 또 상대방이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조심스럽다는 전제를 깔고 그런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자유한국당과의 선거연대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갈등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 어느 길로 가든, 다지고는 가야 될 문제”라며 “오늘 의견들은 잘 들었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에도 유 대표가 이처럼 여지를 남겨놓은 것은 당 소속 유일한 광역지자체장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한 위기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또한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막자”는 명분에,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대 논의에 긍정적인 기류가 있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야권연대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갈등은 더불어민주당과의 논쟁으로 번졌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안철수 위원장은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때 자유한국당과 연대는 절대 없다고 했는데 유 대표는 부분 연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안 위원장은) 친문 패권주의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해 호남 민심을 왜곡하더니 거짓말로 국민의당을 바른정당에 갖다 바쳤다”고 비판했다. 이에 안철수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동료 학생동지의 순수한 열정을 정치권에 바치고 얻은 자리에 오래 있어서인지 판단력이 많이 흐려진 것 같다”고 원색적으로 맞받았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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