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후보 경선을 앞둔 여당이 후보자들의 ‘문재인 마케팅’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관련 이력을 표기하기만 하면 후보들의 지지율이 치솟아 공정성 시비가 나올 수 있어서다.
1일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중앙당은 3월 29~31일 광역단체장 예비후보에 대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마친 상태다. 이어 2일 광역단체장 예비후보 면접을 시작으로 경선에 시동을 건 뒤 9~22일 사이에 권리당원 자동응답(ARS)조사와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경선을 치르는 후보들은 이때 사용될 자기소개를 작성해 당에 제출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상당수는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일 현재 민주당에 공천 후보자를 신청한 이들이 제출한 대표 경력을 보면 ‘문재인 정부 총리 민정실장’ ‘문재인 당대표 시절 당 사무총장’ ‘문재인 대통령 전북총괄선대위원장’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의 이력이 일관된 기준 없이 나열돼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보자들의 주요 경력에서도 ‘문재인 브랜드’가 강조된 건 마찬가지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을 막론하고 18대·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직함을 넣은 후보가 많았고, 김교흥 인천시장 예비후보는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을 지냈음에도 대표경력에 국회 사무총장 대신 ‘문재인 대통령 후보 조직특보실장’과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적어 눈길을 끌었다.
당내에선 예비후보들이 주요 이력에 문 대통령 관련 경력을 기재하기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5~20%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오래 터를 닦아온 경쟁 후보들로부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항의가 나오고 있다. 공정성 시비가 없도록 중앙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우선 지난 총선 때 세운 방침을 준용해 ‘6개월 이상 지속된 조직의 경력만 인정한다’는 방침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대책위원회 등 캠프 조직의 직함은 앞세울 수 없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관실’과 ‘문재인 정부’ 복무 이력 게재를 놓고는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인터넷 포털 인물정보에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를 기재하는 경우가 있느냐”며 “일률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이름을 기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비서관실은 공식 직함이므로 허용하되 ‘문재인 정부’가 공식 정부 명칭은 아닌 만큼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경우 당장 전남에서 출마하는 두 사람의 희비가 엇갈린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문재인’을 기재할 수 없고 신정훈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은 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결국 중앙당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후보는 불공평하게 느낄 수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일한 이들도 결국 우리 당을 위해 뛴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관련 직함을 쓰지 못하게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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