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왼쪽 셋째)과 하태경 최고위원(왼쪽 다섯째)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새로 입당한 당원들과 함께 클린선거서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더불어민주당에 맞설 서울시장 야권 출마 대진표가 완성되고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자유한국당에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내세워 보수표 결집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안철수 위원장 쪽은 1일 “안 위원장은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다”고 발표했다.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도전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검토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박원순 현 시장에게 양보한 지 7년 만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해 5·9 대선에선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21.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위에 머물렀다.
대선 패배 뒤 정치적 활로를 모색해온 안 위원장은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으로 승부수를 던졌으나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같은 대선 주자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는 당내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여겨왔다. 안 위원장은 지난 총선과 대선 때처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기득권 양당 체제’ 폐해를 비판하며 자신이 대안세력임을 강조할 계획이다. 동시에 바른미래당의 선거 모토인 ‘깨끗하고 유능한 지방정부’와, 자신의 강점 영역으로 꼽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전략을 앞세워 서울에서부터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 구도는 야권에 여러모로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박원순 시장, 박영선·우상호 의원의 경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율 50% 안팎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안 위원장을 비롯한 야권은 분열 상태로 선거를 치러야 할 처지다.
인물난에 시달려온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전략 공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자유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김 전 지사에게 당에서 서울시장 제안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라며 “다음주쯤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태극기 집회에 적극 참여한 김 전 지사로 보수 우파를 결집해 민주당과 ‘양강 구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안 위원장은 우리 당 지지층보다는 민주당의 중도 지지층의 표를 더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지사가 서울에서 최대한 보수를 결집시켜 36~40%의 득표율로 승부를 보는 전략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위원장도 중도는 물론 보수로 외연을 확장해 민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보수 표심이 양쪽으로 흩어진다면 민주당 후보에게는 한결 손쉬운 선거가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두 야당 사이 선거연대 논의는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3월29일 자유한국당과 선거연대를 거론했고, 이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문재인 정권에 대응하기 위한 야권 공조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화답한 바 있다. 당장 박원순, 안철수 후보에 견줘 약체라는 평가를 받는 김 전 지사를 자유한국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려 하자 ‘묵시적 야권 연대’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위원장은 일단 “자유한국당은 경쟁하고 싸우고 이겨야 될 대상”이라며 선을 그었다. 지방선거는 ‘인물론’이 중요한 만큼 민주당 장기 집권에 피로감을 느끼는 서울시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송경화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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