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제주 4·3 70주년 희생자 추념식을 “좌익 폭동에 희생된 양민의 넋을 기리기 위한 행사”라고 밝히며 “자유대한민국이 체제 위기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념 대결이 빚은 비극의 역사에까지 색깔론을 덧씌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홍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한다”며 “건국 과정에서 김달삼을 중심으로 한 남로당 좌익 폭동에 희생된 제주 양민들의 넋을 가리기 위한 행사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숱한 우여곡절 끝에 건국한 자유대한민국이 체제 위기에 와 있다”며 “깨어있는 국민이 하나가 돼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도 같은 논조의 논평을 내놨다. 장 대변인은 “제주 4·3은 건국 과정에서 김달삼을 중심으로 한 남로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반대하기 위한 무장 폭동으로 시작됐다”며 “남로당 무장대가 산간지역 주민을 방패삼아 유격전을 펼치고 토벌대가 강경 진압작전을 해 우리 제주 양민들의 피해가 매우 컸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이러한 수많은 아픔 속에 건국한 자유대한민국이 지금 신각한 체제 위기 속에 놓여있다”며 “문재인 정권은 북한과 함께 위장평화쇼로 한반도에 마치 평화가 온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또 대한민국의 체제를 송두리째 흔들려는 사회주의 개헌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은 국민과 함께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것이다”고 덧붙였다. 장 대변인은 애초 ‘제주4·3사태’라고 논평을 냈다가 이후 ‘사태’라는 단어를 빼는 쪽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2003년 10월 정부 보고서로 채택된 <제주 4·3진상조사보고서>는 제주 4·3을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개방될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군정의 묵인 아래 이승만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수많은 양민이 학살된 사건을 두고 “남로당 좌익폭동에 희생된” 사건이라며 색깔론 덧칠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장정숙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제주 4·3 70주년 당일 무고한 양민이 집단 학살당한 우리 역사 최대의 비극에 대해 색깔론을 뒤집어 씌우는 것은 또하나의 학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아무리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결집을 호소하려는 의도라 해도 그런 역사 인식에 동조할 세력은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홍준표 대표는 지금 당장 4·3 영령과 제주도민에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제주 4·3사건은 제주도민의 10분의1이 희생된 참혹한 사건이지만 완전한 규명이 이뤄지지 못한 채 그동안 정권에 따라 은폐되고 왜곡되어 왔다”며 “우여곡절 끝에 김대중 정부에서 ‘제주 4·3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없도록 기억하고 또 기억하며 완전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4·3 항쟁의 진상 파악과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4·3 항쟁 발생 원인은 과거 냉전 시기 좌우 진영의 극한 대립에 있었다”라며 “양 진영이 나뉘어 서로 인정하지 못하고 배제하려 했던 것이 씻을 수 없는 참사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좌우 진영의 극한 대립은 해결되지 않았다”라며 “바른미래당은 양대 기득권 정당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제주 4·3 항쟁 정신을 계승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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