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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선거 제왕 노리는 ‘노잼 아재들’의 꿀잼 SNS 분투기

등록 2018-04-11 11:10수정 2018-04-11 14:33

정치BAR_지방선거 주자들의 SNS 분투기

팔로어·페친 든든한 원순씨
‘몰라서 물어본다’ 청년 인터뷰
200만뷰 기록 청년소통 성공

‘사이다’ 이재명, 강자의 여유
강성 발언 자제 ‘포지티브’로
글쓰면 2천~3천명 ‘좋아요’ 꾹

일찍이 만화 <슬램덩크>에서 북산고 농구부 주장 채치수는 ‘슈퍼루키’를 꿈꾸는 풋내기 강백호에게 말했다.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 주장의 말은 정치 1번지 여의도로 와서 이렇게 다시 쓰일 것이다. “에스엔에스(SNS)를 제압하는 자가 선거를 제압한다.”

제아무리 여의도에서 날고 기는 다선 의원이라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도, ‘페인트’(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를 제압하지 못하면 선거라는 시합에서 득점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 특히 광역단체장·대통령 등 ‘큰 꿈’을 품은 대중 정치인이라면 소셜미디어라는 관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구도에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미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부터 파워 트위터리안이었다. 경기지사에 도전한 이재명 전 성남시장 역시 혈혈단신 트위터 정치를 통해 성장해온 정치인이다. 전통의 강호들은 그동안 놓친 ‘틈새’를 열고, 후발 주자들은 소셜미디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오늘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에스엔에스 ‘불모지’에 가까웠던 자유한국당에서도 ‘에스엔에스 따라잡기’가 한창이다.

청년들에 러브콜 ‘원순씨’…‘신뢰’ 높인 이재명

강호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트위터에 246만명의 팔로어, 페이스북에 44만명의 페친(페이스북 친구)을 두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자유자재로 ‘소셜 정치’를 펼친다. 공유와 확산의 플랫폼인 트위터에는 칭찬할 만한 서울시정과 관련된 기사를 주로 올린다. 사진 중심의 인스타그램에는 ‘아재 셀카’를 자주 올리는데 ‘얼짱 각도’ 따위는 포기한 모습이다. 명사의 어설픈 모습이 오히려 사랑받는 소셜미디어의 특징을 잘 활용한 전략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몰라서 물어본다> 연재를 통해 에스엔에스 전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몰라서 물어본다>는 박 시장이 정치인으로선 처음으로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를 활용해 시도한 인터뷰 시리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간 박 시장은 가수 겸 프로듀서 지코, 디제이(DJ) 소울스케이프, 웹툰작가 무적핑크 등 9개 분야의 젊은 전문가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박 시장 쪽의 관계자는 “현재의 20대들은 시민운동가나 인권변호사로서 박원순의 모습을 잘 모른다”며 “에스엔에스를 통해 꼰대가 아닌 청년들과 소통할 줄 아는 박 시장을 부각하는 게 숙제였다”고 전했다. <몰라서 물어본다> 연재는 200만뷰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인터뷰 내용은 책으로도 출간됐다.

에스엔에스의 또다른 강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지난 대선 전부터 ‘사이다’로 불리는 강성 발언으로 주목받아왔다. 이번에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 도전하는 이 전 시장이 쓰는 대부분의 글은 2천~3천명의 ‘좋아요’를 끌어낸다. 프로필용으로 사용할 사진을 골라달라고 요청하거나, 자원봉사자 모집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후보가 직접 팔로어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유도하기도 한다. 선거 자원봉사 모집 요청에 사흘 만에 300명의 지원자가 몰려 대중적 인기를 증명했다. 과거 투박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던 표현들은 최근 정책 중심의 비판적 언어로 정제됐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강자’의 여유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인 김혜경씨를 둘러싼 ‘혜경궁 김씨’ 논란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공조를 강조하며 ‘포지티브’ 방식으로 넘어서려는 분위기다. 김혜경씨와 같은 이니셜을 쓰는 한 누리꾼(@08_hkkim·혜경궁 김씨)이 이 전 시장의 상대 후보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 알려지자 “김혜경씨의 계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전 의원은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이 트위터 사용자를 고발했다. 이에 이 전 시장은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올린 뒤 “비방에는 미소로 응대하고 오해에는 사실을 밝혀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후발주자 박영선·우상호·전해철
기자 출신 박영선은 페북 방송
‘SNS 문맹’ 우상호 셀카봉 정치
‘노잼’ 전해철, 귀요미로 변신중

한국당 ‘아재들’도 ‘짤’ 마케팅
짧은 글로 카톡 어르신 공략
TK 경선 승리자 이철우 후보
‘페북 라이브’ 도전 기세 올려

마이크 든 박영선·우상호, 원칙맨 전해철

에스엔에스계의 거물들을 상대해야 하는 후발 주자들의 시름은 깊다. <문화방송> 기자 출신에다 ‘재벌과 싸우는 박영선’ 등으로 대중적 이미지를 굳힌 박영선 의원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다. 그는 서울시장 출마 뜻을 굳힌 뒤 일찌감치 ‘영선아 시장 가자’, ‘박영선 서울을 걷다’ 등의 페이스북 방송으로 민심 탐방에 나섰다. 박 의원과 함께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우상호 의원은 8번이나 대변인을 맡았을 정도로 올드미디어엔 밝지만, 페이스북은커녕 카카오톡조차 꺼릴 정도로 ‘뉴미디어 문맹’에 가까웠다. “정치인의 메시지가 잘못 나가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에스엔에스 정치를 경계했다는 그다.

하지만 목마른 이가 우물을 파는 법. 우 의원은 최근 셀카봉을 들고 거리를 누비며 ‘우상호가 떴다’를 방송하거나, 팟캐스트 토크쇼 ‘아·개·정’(아나운서·개그맨·정치인)을 진행하며 지지자와 직접 소통하는 에스엔에스의 매력을 배우고 있다. ‘우상호 캠프’의 한준호 대변인은 “처음엔 ‘못 나가겠다’고 저항했지만 최근엔 자신감이 붙어 후보가 누구보다 적극적”이라고 귀띔했다.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 도전한 전해철 의원과 양기대 전 광명시장도 낮은 에스엔에스상 영향력은 약점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모두 딱딱한 공식 논평들로 채워져 ‘노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 의원 캠프 관계자는 “캠프 안팎에서 ‘교장 선생님 같은 멘트로 어떻게 선거를 치르냐’며 훈수도 많았다. 하지만 후보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말들만 하자’는 원칙론이 강하다”고 전했다. 대신 인스타그램에선 의원실 ‘막내비서’가 ‘전해철은 모르는 전해철 인스타그램’을 운영 중이다. 주로 전 의원의 ‘귀요미’ 사진이 올라오는 계정이다. 캠프 관계자는 “에스엔에스에서 언급되는 건수 등을 보면 결코 이재명 후보 쪽에 에스엔에스에서 밀리진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재라고 놀리지 말아요…자유한국당의 도전

뒤늦게 붙은 불이 무섭게 탈까. 에스엔에스를 적극 활용해온 민주당에 견줘 자유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은 비교적 최근 에스엔에스에 발을 들였다. 온라인 여론전에서 여당에 밀렸다고 본 자유한국당은 “공유 잘되는 게시물 쓰기”를 교육하는 등 당 차원에서 ‘에스엔에스 전사’를 육성 중이다. 경쟁이 있어야 불이 붙는 법. 자유한국당에서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을 치른 대구·경북 두 곳 중에서도 선두 다툼이 치열했던 경북은 에스엔에스 전쟁의 최전선이었다.

경북지사 경선에서 승리한 이철우 후보는 ‘페이스북 라이브’에 도전했다. 매주 두 차례 현장 리포트를 했다. 집에서 마이크를 잡은 날엔 손녀의 울음소리까지 모니터 너머에 생생히 전해졌다. 이 후보는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으로 지난 대선을 치르고, 최고위원 선거를 경험하며 에스엔에스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경선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도 만만치 않았다. 남유진 전 구미시장은 인기 티브이(TV) 프로그램 윤식당을 패러디한 ‘남식당’ 시리즈를 제작했다. ‘2편―경북아재 남서방만의 특별한 라면 레시피, 푹 퍼진 남유진 라면 만드는 법’. 남유진 전 시장의 페이스북 계정 이름이 ‘경북아재’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에스엔에스에선 ‘짤’(한장짜리 사진)을 활용한 마케팅이 단연 눈에 띈다. 명함 광고지 같은 간단한 몇줄 색깔 글씨로 요점을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담고 있는 내용은 정치인의 업적 홍보부터, 상대에 대한 비방까지 다양하다. 당 관계자는 이 ‘한장짜리 카드’의 흥행 비결을 ‘카톡’으로 꼽았다. “페이스북이니 유튜브니 하지만, 우리 지지층들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카톡’이다. 특히 연령대가 높은 어르신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쉽고 짧게 써야 한다. ” 카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용자들을 통해 페이스북으로 퍼진다는 얘기다.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글씨와 색감도 어찌 보면 ‘타깃층’을 정확히 겨냥한 셈이다.

한편, ‘재선’을 노리는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온라인 의정보고 체계를 구축한 공보조직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서병수 시장 페이스북에 실린 ‘서병수가 소개하는 부산광역시 벚꽃 자랑’, 4월 지역축제 정보를 담은 ‘꽃보다 부산’ 카드뉴스 등은 ‘프로’ 냄새가 물씬 난다. 동영상에 화려한 자막을 입혀 젊은 세대 ‘인강’(인터넷 강의)처럼 쉽게 정책을 설명하는 ‘정책 리뷰 쇼’도 그렇다. 김기현 울산시장의 ‘시장먹방’ 사진에는 #배도고프고그래서 #떡볶이생각이났어 #떡볶이는 #역시 #울산 #시장이지 #김기현 #허겁지겁폭풍흡입 #며칠굶은거아님 해시태그가 끝에 붙어 ‘쿨’하게 느껴진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페이스북은 시의 주요 현안과 학생·청년을 꼼꼼히 챙기는 인상을 준다. 초등학생이 직접 손으로 쓴 격려편지 사진을 찍어 올리고, 현장 토론회에서 만난 고등학생의 이름과 발언을 거론하며 공유하는 식이다.

엄지원 정유경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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