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미국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폐쇄 관련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아무개 감사원 국장이 지난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로 연수를 가기 위해 자신의 남편이자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홍일표 청와대 행정관을 앞세워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사실 확인을 위해 내부 감찰에 들어갔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일표 행정관의 부인 장아무개 국장이 지난해 1월 한미연구소 쪽에 ‘나를 방문학자로 뽑아주면 남편이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장 국장의 이메일 내용을 보면, “김기식 전 의원의 행동이 당신의 기관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면 나의 남편이 중재자가 되고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김 전 원장은 의원 시절 한국 정부의 재정을 지원받는 한미연구소의 불투명한 운영 문제를 지적했고, 홍 행정관은 당시 김 전 원장을 보좌했다. 이 의원 쪽 관계자는 “한미연구소 쪽은 이 이메일을 (방문학자를 선정하는) 이사회에서 회람했고, 이렇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안 뽑으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뽑을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장 국장이 ‘연구소에서 나를 뽑을 경우 감사원은 매우 의미있는 결정으로 여길 것’이라고 이메일에 적은 점을 지적하며, “한국 정부 예산을 받는 기관을 상대로, 정부 기관의 예산·결산을 감사하는 감사원을 언급하며 뽑아달라는 것은 위협적인 행동”이라고 밝혔다. 장 국장은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방문학자 신분으로 한미연구소 연수를 다녀왔다.
이에 대해 장 국장은 통화에서 “지인이 ‘김기식 전 의원이 (한미연구소 관련) 문제제기를 했는데 장 국장의 남편이 당시 보좌관이어서 연구소가 안 뽑으려 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달해 ‘나를 누구의 부인이 아닌 감사원 국장으로 고려해달라’고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국장은 또 “(이메일을 보낸 시점에) 남편은 (청와대 행정관이 아닌) 민간인이었다”며 “(남편이) 과거 보좌관 시절 연구소가 힘들었다면, 이제 남편이 민간인이 됐으니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자, 감사원은 감찰실 주도로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장 국장을 상대로 이메일 내용이 맞는지, 연구소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가린 뒤 문제가 있으면 징계위원회 회부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송경화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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