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후보자와 추미애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민생 배낭 전달식을 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이시종 충북도지사 후보, 추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이춘희 세종시장 후보,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여권으로선 악재의 연속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 논란이 겨우 잠잠해지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외유성 출장’ 논란으로 낙마한 데 이어, 경남지사 후보로 추대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성 이슈가 쏟아지자 여권에선 깊은 한숨이 새어나온다.
당초 민주당은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의 여파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김경수 의원이 사태 초반 즉각 기자회견에 나서는 등 정면돌파를 시도하면 여러 의혹이 해명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이 김 의원의 해명과 다소 어긋나는 내용을 내놓으며 사태가 커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이 20일 “‘드루킹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이 오히려 국민적 의혹을 키우고, 언론의 오보를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강훈식 원내대변인)며 강력한 방어에 나선 배경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침체에 빠졌던 야권은 여당의 악재를 ‘호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날 나흘째 국회 천막 농성을 이어간 자유한국당의 지도부는 ‘정권의 정당성’까지 문제삼으며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의원이) 대선 당시 수행단장이었기 때문에 만약 그가 혐의가 있다면 문재인 후보가 댓글 조작을 알았느냐 몰랐느냐를 사법적으로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며 문 대통령 당선의 정통성 문제를 건드렸다.
여당 내부에선 잇단 악재들이 지방선거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위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팽배하고 있다. 최근 여러 위기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17~19일 조사해 이날 공개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를 보면, 국정 지지도(70%)와 민주당 지지도(50%)가 여전히 높게 유지됐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지방선거에 영향이 전혀 없을 순 없지만, (여당이 유리한) 판이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격전지로 떠오른 ‘영남권 낙동강 벨트’의 승리를 이끌어야 할 김 의원이 ‘드루킹 사건’에 휘말린 만큼, 여당은 경남 지역 여론이 전체 선거판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드루킹 사건이 그 자체로 선거전을 흔들 만한 악재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렇게 잔매를 맞다보면 한 순간에 큰 데미지(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도부가 너무 방어막만 세게 치기보단 특검에 응하는 등 특단의 대처를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식 전 원장과 김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이슈를 집어삼키며 정국이 얼어붙고 있는 것도 여당으로선 부담이다.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과 전선을 치기 위해 4월 임시국회를 파행시켜 청년 일자리를 위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또 문 대통령이 주도한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도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고 있다. 여당에선 “적어도 27일 남북 정상회담까진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카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특검 수용 방안을 포함해 여러 해결책이 거론되고 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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