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의원(뒷모습 보이는 이)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9일 오전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회의를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직전에 미-북 정상회담이 확정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다”고 회담 시기에 의구심을 드러내면서도, 일단은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보수야당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보 문제보다는 드루킹 특검 수용 및 민생 문제에 촛점을 맞춰 집권 여당 심판론을 끌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11일 오후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6·12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자유한국당 입장’ 제목의 논평을 내고, “지방선거 직전에 미-북 정상회담이 확정된 것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에서 개최 될 미-북 정상회담에서 영구적인 핵 폐기,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가 합의된다면 자유한국당은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어렵게 성사된 미-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핵 폐기 이전에는 어떠한 경제제재와 압박도 풀어서는 안된다는 점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11일 오후 3시 현재 따로 북-미 정상회담 관련 논평을 내지는 않았지만, 이날 오전 9시 시작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주선 공동대표가 “싱가포르 확정 소식에 안도한다”며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민생문제에 나서주길 촉구한다”고 발언하는 등 전반적으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신중한 환영 입장을 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정상회담 국면에서 민생위기에 대한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워 이번 지방선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솔직히 시기상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지금 집권 1년을 맞았지만 경제적으로 과연 나아진 곳이 있느냐.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이런 점이 안보 이슈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정상회담 등에 “위장 평화쇼” “청와대 주사파들의 합의” 등 막말을 퍼부어 논란을 빚었던 홍준표 대표도 다소 톤을 낮추는 분위기다. 11일 경주에서 열린 ‘경북 필승대회’에선 “누차 얘기한 대로 남북대화는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8번을 속은 대한민국”이라면서 “북미 회담시, 핵 폐기 회담 될 수 있도록 미국 쪽에서 북한에 어떤 요구를 해야할지를 (적어) 다음주 미 백악관에 제1야당으로서 공개서한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민생 문제에 있어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가 필승 결의대회를 하며 지난 1년 동안 ‘내 삶이 더 살기 좋아졌는가’가 선거의 결정적 요소라고 하니, (문재인 대통령이) 내 삶이 더 나아졌다고 (느끼게 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쇼를 한다”며 “지난 1년 동안 정치보복하고 남북 평화 쇼만 하다 돌아보니 민생이 엉망”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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