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 이재명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남 후보는 13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 이하의 인격을 가진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선거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폭력과 갑질에 눈감는 정당이 아니라면 후보를 당장 교체해야 한다.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에게 최소한의 예의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과 추미애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날 남 후보는 과거 이 후보가 가족 갈등을 빚었던 형과 형수를 향한 폭언이 담긴 음성파일 존재를 거론하며 이 후보의 공천 취소를 요구했다. 2012년 언론을 통해 처음 존재가 알려진 이 녹취 파일은, 이 후보가 2014년 지방선거·2017년 대선 경선후보로 나섰을 때도 거듭 발목을 잡았다. 대법원은 해당 파일이 당사자 동의 없이 녹취됐다고 보고, 2016년 5월 공개금지 가처분 및 공개자(형)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남 후보는 “충격적인 폭언이 담긴 음성파일을 이틀 전에 들었다. 제 귀를 의심했다”며 “이런 상식 이하의 인격으로 8년 동안 100만 도시를 책임졌고 대통령 선거에 나섰으며 경기도지사에 도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가 된다면 얼마나 많은 경기 도민에게 갈등과 분노와 갑질을 일삼을까 생각이 든다. 공적인 분노가 치밀어 올라 이틀 밤을 꼬박 샜다”며 공천 취하 요구 기자회견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시간부터 이 전 시장을 공직 후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추미애 민주당 대표 등을 향해 “이 파일을 듣고도 (당이) 공천을 했다면 정상적 판단이 아니”라고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음성파일을 공개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 중에 있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앞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선거유세를 통해 공개적으로 해당 음성파일을 틀 수도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선, “그건 당이 결정할 문제이고, 아직 공식 선거운동까지 보름이 남아 있어 차차 당에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발 물러섰다. 자유한국당은 해당 음성파일 공개로 인한 선거법 위반 논란을 차치하고, 이러한 공방을 공론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남 지사에게 유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굳이 음성 파일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내용이길래 그러느냐’고 사람들이 궁금해 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 ‘최근 이 후보자를 겨냥해 해경궁 김씨 의혹을 해명하라는 취지의 일간지 광고가 실리는 데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 후보는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것이 없다”면서도 “의혹이 있으면 해명을 하면 되는데 해명이 충분하지 못해 의혹과 궁금증이 더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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