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민중당 강원 홍천군의회 의원 후보. 민중당 제공.
“공무원들이 주민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현장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모든 걸 ‘하향식’으로 하려고 해요. 주민은 늘 ‘행정 참여의 주체’가 아니라 ‘행정의 대상자’로 전락하죠. 이런 현실을 바꾸려고 ‘동네정치’에 나서려고 합니다.”
강원 홍천군 동면 속초1리 이장, 전국농민총연맹(전농) 홍천군농민회장 등의 활동을 하면서 마을 변화에 앞장서 온 남궁석(58) 민중당 후보가 밝힌 6·13 지방선거 홍천군의원(나 선거구)에 출마한 이유다. 그는 강원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직후 바로 고향인 홍천으로 와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가톨릭 농민회를 접하게 되면서 농민운동가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 2005년에는 농산물 시장 개방에 반대하며 세계무역기구(WTO) 홍콩 각료 회의 저지 투쟁에 나섰다가 현지에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2000년부터 2년, 2010년부터 4년간 홍천군 동면 속초1리 이장을 지내며 늘 주민들과 함께하며 함께 싸웠다. 2000년 홍천군 동면농협은 바람의 방향을 감안하지 않고 벼 건조장을 마을 입구에 지으려 해, 주민들에게 먼지 피해가 발생하게 됐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농협은 공사를 강행하려 했고 남궁 이장과 주민들은 땅파기 기초공사부터 막았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까지 됐지만 결국 벼 건조장 위치를 바꿀 수 있었다. 지난 2012년에는 홍천군 동면에 하나밖에 없는 중학교인 동화중학교를 폐교하고 인근의 홍천중학교와 합치는 일이 추진됐다고 한다. 그와 주민들은 반대서명을 하며 교육청에 항의했고 결국 동화중 폐교를 막았다. 이장직에서 퇴임한 뒤인 2014년에는 홍천군 농민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환경단체들과 손을 잡고 농약 오염이 마을로 확산될 수 있는 골프장 건설도 막아냈다. 그해 지방선거에서는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홍천군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조례’ 등을 공약했지만 낙선했다. 남궁 후보는 “당시 새누리당 군의원 후보와 무소속 군수 후보들까지 제 공약을 따라서 할 정도로 이슈였지만, 당선된 군의원은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낙선 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주민 3459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해 10월 홍천군 최초로 주민발의를 통해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조례’를 제정했다. 그 과정에서 농산물 최저가격 심의위원회에 농민 참여 비율이 줄어들고 지원기금 총액도 60억에서 20억으로 크게 삭감됐다. 남궁 후보는 “이 조례를 원래 취지대로 바로잡는 것도 군 의회에 들어가려는 주요 동기 중 하나”라며 “최저가격을 보장해주게 되면 자신이 짓는 작물의 가격이 떨어져도 보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작물에 농민들이 몰려 서로 함께 죽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남궁 후보는 4년 전 군의원에 출마했을 때와는 달리 홍천군에서 변화가 많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거대 정당 찍어서 농민들의 삶이 좋아졌냐, 뽑아줘봤자 공약도 안 지키고 제 잇속만 챙기지 않냐. 실제로 일할 저같은 사람을 뽑아달라’고 호소하면 예전에는 거의 무시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귀를 열고 들어주는 분위기”라며 “촛불혁명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재인 정부 출범 등이 홍천군 민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핵심공약으로 ‘농민수당’을 제시했다. 1년에 농민 수당 240만원을 절반은 현금으로, 절반은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전남 강진군은 지난해 관련 조례를 개정해 연 70만원의 농민수당을 올해부터 지급하고 있다. 남궁 후보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과 어려운 농촌 현실을 살리기 위해 농민수당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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