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10일 오전 서울 잠실새내역 앞에서 열린 한 정당의 유세에서 연설을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6·13 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8~9일)가 투표율 20%를 넘기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자 여야가 저마다 유리한 ‘아전인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당은 그간 사전투표에서 진보·개혁 성향 정당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참여 의지가 높았던 만큼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평가했고, 야당은 유권자의 정권 심판 의지가 높은 사전투표율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투표율 높낮이만으로 선거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지방선거 사전투표에 유권자 4290만7715명 중 864만897명이 참여해, 20.1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도별로는 전남의 투표율이 31.73%로 가장 높았고 전북(27.81%), 세종(24.75%), 경북(24.46%), 경남(23.83%)이 뒤를 이었다.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대구(16.43%)였고, 부산(17.16%), 경기(17.47%), 인천(17.58%), 서울(19.10%)도 20%를 밑돌았다. 전국 12곳에서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21.07%를 기록했다. 이번 사전투표율은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때 사전투표가 도입된 뒤, 2017년 대선(26.06%)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11.5%가 사전투표에 나선 2014년 지방선거 때보단 갑절 가까이 높다.
높은 사전투표율에 대해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사전투표라는 시스템이 완전히 안착된 결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방선거의 정치적 맥락보단 전국 어디서든 미리 사전투표를 할 수 있는 편의성 등 제도가 가진 힘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12년 대선, 2014년 세월호 참사, 2017년 대선 등을 거치며 젊은 층의 투표 효능감이 자리잡은 만큼 본투표의 투표율도 2014년 지방선거 투표율(56.8%)보단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별 사전투표율 격차를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번 사전투표에선 농촌 지역이 많은 전남·북, 경남·북의 투표율이 높았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는 “광역을 기준으로 봤을 때 도 단위가 시(특별시·광역시)보다 투표율이 높은 것은 보편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령대별 투표율이 나오지 않아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젊은 층의 사전투표 의지가 높은 경향성을 고려하면, 높은 사전투표율을 젊은 층이 견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여야가 접전을 벌이는 지역의 결집된 표가 사전투표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젊은 층의 변화 열망이 반영된 거라면 사전투표율이 수도권 중심으로 높아야 하는데, 영호남의 농어촌 지역 중심으로 사전투표율이 높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군·구 단위 투표율을 따져보면 여야 접전 지역인 경남의 경우, 하동·함양·산청 등 보수적인 농촌 지역 투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전남에서도 고흥·장흥·강진·신안 등 농어촌 지역에서 투표율이 높았다. 홍 소장은 “영남의 경우 자유한국당의 아성이 흔들리며 민주당의 도전이 강한 곳, 호남의 경우 민주당의 안이한 공천 때문에 민주평화당·무소속 후보가 치고 올라오는 곳에서 충성도가 높은 고령층 중심으로 유권자 결집 양상이 나타난 걸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