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상대에 내걸린 자보 사진. 경상대 관계자 제공.
경남의 한 대학에 “지도교수가 사전 설명 없이 지방선거 출마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동원했다”며 소속 학과 학생이 해당 교수의 사과를 요구하는 자보를 내건 사실이 확인됐다.
11일 경상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학교 민속무용학과 3학년인 박민주씨는 지난 5일 교내에 “교권을 이용해 학생들을 ‘정치 도구’로 이용한 민속무용학과 김아무개 교수를 규탄한다”는 취지의 자보를 내걸었다. 박씨는 이 자보에서 “지난 3월 민속무용학과의 김아무개 교수가 자유한국당 양해영 도의원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학과 학생들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31일 매년 학과에서 참여하는 공연을 도와주는 분들이 연암공대 맞은 편에서 진행되는 행사에 오신다 하여 학생들이 시간을 내서 감사 인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며 “행사 장소에 가보니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원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중요한 일정을 뒤로 하고, (도움에)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9명 가량이 현장에 갔다”며 “저희들은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알지도 못하는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지지자인 양 머릿수를 채우게 되었고 허탈하게 돌아왔다”고 돌이켰다. 그는 또 “사전에 그 행사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참여를 강요당했고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에 개입됐다는 생각에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자보에서 “행사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설명도 해주지 않고 교수라는 권력을 이용해 학생들을 동원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해당 교수에게 “학생들을 동원한 것에 대해 그 날 참가했던 모든 학생들에게 제대로 사과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교수님이 사전 설명 없이 정치적인 행사에 학생들을 참여시킨 데 대해 사과를 요구했으나 이를 인정하지 않기에 뒤늦게 자보를 내걸게 됐다”며 “분명히 문제라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상대 홍보실 관계자는 “대자보의 내용을 통해 학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학과 쪽이 인지는 하고 있으나, 현재 해당 교수가 외국 출장 중이어서 이 사안과 관련한 본인의 소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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