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당직자들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6·13지방선거 출구조사 발표를 보며 기뻐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민주 14, 한국 2, 무소속 1.’
13일 오후 6시에 맞춰 6·13 지방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각 당은 희비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환호성이 터졌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할 말을 잃은 분위기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에스비에스>(SBS) 등 방송 3사의 광역단체장 출구조사 결과가 ‘압승’으로 나오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여야의 승부처로 꼽혔던 경남과 막판까지 ‘네거티브’로 얼룩졌던 경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 조사 결과가 나오자 박수 소리는 더욱 커졌다. 국회의원 재보궐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2곳을 빼고 1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자 민주당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런 결과를 예상한 듯 서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면,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를 나누기도 했다. 추미애 당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를 본 뒤 “지난해 촛불로 만든 나라다운 나라를 잊지 않고, 지방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을 수 있도록 새로운 일꾼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발표한 광역단체장 선거 출구조사를 지켜보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같은 시각, 자유한국당 상황실은 한숨조차 새나오지 않을 정도로 무거운 적막에 휩싸였다. 홍준표 대표는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을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 소리만 요란했다. 일부 의원들은 “저 수치는 많이 따라잡은 것”, “바른미래당은 광역·재보궐 선거에서 하나도 안 됐다” 등의 이야기를 속삭였지만, 애써 지은 밝은 표정은 침통함에 밀려났다.
홍준표 대표는 오후 6시50분께 당사를 빠져나간 뒤 밤 9시께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참패한 것이다.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일 오후 거취를 밝히겠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당 역사상 이렇게 암담한 결과를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모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떠난 뒤 전·현직 원외 당협위원장들로 구성된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회원들은 홍준표 대표 등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발표한 광역단체장 선거 출구조사를 보고 상황실을 나선 뒤 당직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바른미래당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울 여의도 바른미래당 당사에 모인 지도부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마저 3위로 처지는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침묵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 자리를 뜨며 기자들에게 “드릴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그는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참담한 심정이다”라며 “그래도 아직까지는 중도개혁의 실용 가치를 갖고 출범한 바른미래당의 가능성이 완전히 소멸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남·전북지사 후보 2명,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 2명을 내는 데 그친 민주평화당 지도부는 선거 결과에 큰 기대를 두지 않았던 만큼 담담한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다. 전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임정엽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17.8%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나자 당 관계자는 “생각보다 선방했다”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조배숙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선전했다고 생각한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하진 못했지만 의미있는 지지율을 얻었다”고 말했다. 서영지 정유경 송경화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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