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한겨레> 자료사진
“대구 시민들께 대구만은 지켜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보수의 ‘텃밭’ 대구를 지켜낸 권영진(55)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못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대구·경북(TK)만 승리하는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받아든 뒤 권 후보는 소감을 밝히기를 꺼리다 어렵게 인사를 했다.
1995년 1회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내내 자유한국당 후보를 선택한 대구는 이번에도 ‘능력 있는 현역 시장’ 인물론을 앞세운 권영진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변’을 기대했던 시선에도 불구하고, 권 후보의 승리는 대체로 예측된 결과라는 평가다. 시장 취임 뒤 대구 시민사회·학계 등과도 꾸준히 접점을 넓혀와 지역에서도 합리적인 정치인이라는 평을 듣는다. 전국적인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우세 속에서 자유한국당의 ‘마지막 보루’를 이변 없이 지켜냈다.
하지만 한때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안방 대구에서 그가 벌여온 싸움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쇄신파 의원으로 활약했던 그는 19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뒤 2014년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상대는 김부겸 현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다. 당시에도 김부겸 후보에게 역대 최대 야당 득표율(40.3%)을 허용하며 약 16%포인트 차이의 승리를 거뒀는데, 이번엔 더 바짝 추격당했다. 당 지지율은 침체한 가운데, 권 후보의 꼬리뼈 부상을 둘러싼 진실 공방, 대구 출신 정태옥 의원(대구 북구갑)의 막말 파문과 같은 각종 악재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막바지 여론조사에선 임대윤 민주당 후보가 지지율 2% 안팎 맹추격을 벌여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하지만 대구가 접전지역으로 떠올라 화제가 된 것이 도리어 전통적인 지지층의 위기감을 자극했다. 몸을 숙인 권 후보가 “보수 불씨를 지켜달라”며 읍소 전략을 펼친 것도 주효했다. 이날 대구 지역 잠정투표율은 57.3%로, 4년 전 지방선거(52.3%)보다 올랐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