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 <한겨레> 자료 사진.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
“우리 생각과 논리로 국민을 재단”
“내부 성찰과 논의로 변화 맞춰야”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6·13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을 당에서 찾았다. 그는 “시대적 흐름, 국민적 바람을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 않았다”며 “우리의 생각과 논리에 매몰돼 시대와 국민을 재단하려고 했다”고 반성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다.
“패배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나 우리 내부의 수많은 논란과 실수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나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박 전 대통령)탄핵 여파라는 주장은 우리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시대적 흐름과 국민적 바람에 부응하지 못했다. 또 단순히 선거 패배 책임이 리더십에 있다고 보기 보다 선거 한번의 패배로 치부하기에는 패배 양상이 너무 심각했다.”
-패배 양상이 심각하다면?
“국민들이 보수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다고 보고 우리를 택하지 않는 것이다. 이 부분이 뻐아프다. 통상 정당의 정체성이나 신념체계가 경제, 안보, 사회정책 등에서 드러난다. 우선 안보 문제에서 (선거 패배로) 우리만의 생각에 매몰된 것이 분명해졌다.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국민의 간절한 소망, 여기에 부응하려고 하는 집권세력의 노력을 일방적으로 폄하했다.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고 깨달았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경제 부분에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오류와 문제가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때도 설득력있는 논리와 근거가 있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흡했다. 사회정책과 관련해서는 더 근본적인 문제일 수도 있는데 국민의 가치관 변화를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 정부가 국민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국가 정책 차원에서 제대로 담아내는 대안을 만들어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대신 인식하고 담아내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존 관성대로 반대 방향으로만 얘기한채 국민 변화를 인식 못했다.”
-당 내 혁신위원장을 맡았는데.
“그 작업들을 내부에서 치열하게 하지 못했다. 당의 2기 혁신위원장을 맡고 이 부분을 당의 공론장으로 끌어내서 내부를 들여다보고, 재점검했어야 했다는 자책과 회한이 있다.” (김용태 의원은 지난해 12월 류석춘 1기 혁신위원장에 이어 2기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 지난 3월에는 국회의원 특권 포기, 당원 소환제 등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결국 보수도 새로운 원칙에 입각할 수밖에 없다. 시대적 흐름과 국민적 바람에 맞춰 수정해야 한다. 우리 내부를 성찰하고 치열하게 논의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리더십 교체 등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많은 요구가 있다.
“언론이나 선거 패배에 망연자실할 지도층에 있는 분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얘기하겠지만, 그게 우선이 아니다. 단순히 패배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데 대한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기 위한 전당대회 등은 해결책이 아니다. 서둘러서 문제를 봉합하고 모면하는 것에 불과하다. 리더십 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집을 지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합당도, 합당 이후에도 시너지 실패”
“한국당과 차별화도 존재감도 못 드러내”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한겨레> 자료 사진.
6·13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 등 야권이 참패한 이유를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에게 들어봤다. 하 최고위원은 “합당 초기 과정에서 우리가 실패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서 단일한 리더십이 생기면 화학적 통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권에서 냉전 극우 세력을 청산하지 못하면 계속 암흑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의 이번 선거 결과, 예상 했나?
“충격이었다. 최근에 와서야 결과가 잘 안 나올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때는 자유한국당을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 기대가 있었기에 합당을 했다. 그런데 합당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고 합당 이후에도 시너지를 못 냈다. 어쨌든 합당 초기 과정에서 우리가 실패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성적은 어떻게 보나?
“이기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하고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더욱 이기기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가 아니었으면 더 적게 나왔을 것이다. 어쨌든 안 후보는 당을 위해서 희생했다고 보고 고맙게 생각한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보다 낮게 나온 것은 어떻게 보나?
“그건 나도 충격이다. 김문수 후보와 선명하게 차별화를 못했다. 전략에서 실패했다. 단일화에 집착하지 말았어야 했다. 단일화에 집착하다보니 서로 차이점을 부각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 면이 있고 그러다 보니 굳이 안철수를 왜 찍어야 하는지 그런 명분을 정확히 못 보여준 면이 있는 것 같다.”
-유승민 공동대표가 공을 들인 대구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 어쨌든 국민들이 더불어민주당에 ‘줄투표’를 했다. 자유한국당을 심판했고, 바른미래당은 배제했다. 그래서 특정인이 개인기를 가지고 돌파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보수 완패’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먼저 자유한국당의 경우 탄핵에 대한 근본적 반성이 안 됐다. 자유한국당은 ‘친박’을 청산하지 않고 ‘올드 보이’ 그대로 공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친박 청산에 진정성이 없었고 쇼만 했다. 당내 혁신이 없이 오로지 홍준표 대표 개인의 사당으로 만들려고만 했다. 박근혜 사당에 대해서 환멸이 일어났는데 홍준표 사당으로 가니 유권자들에겐 (그게) 다 보인 것이다. 거기에다가 사당으로 만드는 것도 시대를 잘 따라가면 그래도 좋은 리더십으로 평가받겠지만 계속 시대에 맞춰 전진하지 못하도록 발목만 잡았다. 최근 북한 관련 변화에 따른 시대의 변화에 역행한 것이다.”
-홍준표 대표 언행 등도 영향이 있었나.
“그렇다. 이 원인들에 품격 없는 보수까지 다 결합이 돼서 이렇게 망한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어떤가.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 차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데 차별하지도 못했고 존재감도 못 보여줬다. ‘아류 자유한국당’ 취급만 받았다.
-바른미래당은 정체성 갈등이 심했다.
“어느 당이나 정체성에서 단일 정체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도 강성 좌파가 있고 중도 좌파, 중도 우파가 있다. 대중 정당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 있다. 우리도 그 정도의 스펙트럼은 있을 수 있는데, 통합 직후라 어려운 점이 있었고 특히 안보와 관련해 이견이 더 증폭된 측면이 있다.”
-‘보수’ 용어를 쓰냐 마냐를 두고 유승민·박주선 두 공동대표가 이견을 보였다. 뭐가 맞다고 보나?
“나는 안보·외교에서는 박주선 대표랑 가깝다. ‘평화 보수’라고 할 수 있다. 냉전 극우세력을 청산하고 대신 탈냉전 평화로, 시장 보수가 아니라 공동체 보수로 가는 것이다. 야권에서 냉전 극우 세력을 청산하지 못하면 계속 암흑기가 지속될 것 같다.”
-야권의 정계 개편은 어떻게 예상하나?
“새로운 시대 정신을 잘 구현하는 것을 두고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이 경쟁할 것이다. 각 당에서 자체 혁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당에 아직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신속히 혁신을 해서 변화한 시대를 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면 대표 야당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는 있다고 본다.”
-유승민 공동대표가 보수 재편에 역할을 하려 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온다.
“유 대표는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고 했다. 지금은 자유한국당 자체의 변화를 기다려 봐야 한다.”
-바른미래당이 둘로 쪼개지는거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쪼개진다면 자유한국당이 먼저 쪼개질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쪼개지려고 해도 어디선가 당겨야 하는데 구심이 없다. 구심점이 있다면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이 있다. 자유한국당에는 구심점이 없다.”
-유 공동대표가 구심점을 하려 하지 않을까?
“지금은 내부 혁신 경쟁이 있어야 한다. 그건 나중 일이다.”
-바른미래당은 어떻게 추스를 수 있을까.
“빨리 전당대회를 하는 쪽으로 논의중이다. 전당대회의 과정을 통해서 단일한 리더십이 생기면 화학적 통합이 될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노선 경쟁도 해야 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