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6.1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당선자대회에서 추미애 대표와 참석자들이 나라다운 나라 튼튼한 지방정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미투’(#MeToo) 운동 등 강력한 여성주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최근 6·13 지방선거에서 여성 정치는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압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를 한 명도 내지 못하는 등 질적인 전환이 없었다는 게 여성계 평가다.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자료를 보면, 비례의원을 포함한 여성 광역의원 당선인은 2014년 14.3%에서 2018년 19.4%로 늘었고 기초의원 당선인도 25.3%에서 30.8%로 증가했다. 하지만 여성 광역단체장은 한 명도 선출되지 않았다. 기초단체장 당선인은 2014년 9명에서 2018년 8명으로 1명 줄었다. 일각에선 전국 17곳 광역단체장 선거 후보자를 남성으로만 채운 민주당을 놓고 ‘아재 원팀 정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번 기초단체장 선거에 29곳까지 전략공천을 할 수 있었으나 여성 전략공천자는 1명뿐이었다.
민주당에서도 이런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1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이 연 지방선거 결과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권향엽 민주당 여성국장은 “당내에 여성 공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구심체가 약했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남성 카르텔(짬짜미)이 작용했다”고 토로했다. 공천심사 단계에서부터 여성 후보를 상대로 현지평가나 면접평가를 할 때 낮은 점수를 주며 배제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게 권 국장 설명이다. 민주당 인천시장 경선에서 낙선한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은 “많은 여성 후보들이 본선보다 경선이 어렵다고 한다. 저도 6번의 본선에선 떨어진 적 없지만 경선에선 3번 밀려났다”며 “여성 지역위원장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도 여성 후보들을 향한 ‘배제’의 시선은 일상화돼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신지예 녹색당 후보만 여성혐오 공격을 받은 게 아니다. 홍 전 청장은 “에스엔에스(SNS)에 ‘페미질 말라’ 등의 댓글들이 달리더라”며 “여성 후보들이 마녀사냥을 당해도 당은 방치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여수시장 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김유화 후보도 “전남 지역엔 여성 지역위원장이 하나도 없다”며 “지역에서 선거운동할 때 ‘박근혜가 그렇게 됐는데 무슨 여자가 정치하느냐’ ‘여성들이 미투로 남성들 힘들게 한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엄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