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회의원 쌈짓돈’으로 불리는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7월 초 공개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지 두 달여 만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국회 특수활동비의 ‘구체적 사용내역’이지만, 이번에는 이런 내용이 빠진 채 각 상임위 등에 지급된 현금 지급내역만 포함돼 논란이 클 전망이다. 이날 <한겨레>가 참여연대를 통해 일부 확보한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보면, 그동안 국회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원 상금이나 친선활동을 위한 국외방문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 의원들 상금은 물론 ‘친선활동 해외방문’도 특수활동비로
참여연대가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밝혀진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보면 특수활동비가 얼마나 국회의원의 ‘쌈짓돈’처럼 사용됐는지 드러난다. 먼저 의정지원과 관련해선 2011~2013년 최우수 및 우수 국회의원연구단 전체 시상금이 특수활동비로 지급됐다. 의원들의 시상식 상금이 ‘해당정보가 공개되면 의정 및 의원외교 관련해 국정활동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에 해당되는지 납득할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국정감사 관련 특수활동비’는 물론 ‘교섭단체활동비’도 같은 기간 계속 지급됐으며, 입법 및 정책개발 명목으로는 ‘균등 인센티브’와 ‘특별 인센티브’를 나누어 지급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균등 인센티브는 의원들 300명에게 고르게 다 정책개발비용 등으로 지급되는 것이고, 특별 인센티브는 우수 의원으로 선정되면 몇백만원이 제공되는 것“이라며 “다만 올해부터는 이 인센티브가 제도 개선 차원에서 특수활동비가 아닌 증빙을 필요로 하는 일반수용비과 포상금 등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다음으로 운영지원 항목에는 국회 운영대책비, 상임위원회 정기국회 대책비, 위원회 활동지원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윤리특별위원회 등 상임위원회 활동비, 인사청문특위 활동비가 포함됐다. 모호한 설명 아래 특수활동비가 지급된 셈이다. 또 의원외교라는 명목으로 매년 ‘한·베네수엘라-콜롬비아 의원친선협회 상대국 방문경비’ ‘한 이라크 의원친선협회 대표단 상대국 방문경비’ 등의 의원친선을 위한 외국 방문경비도 특수활동비에서 사용했다. 국회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2014년에는 84억4100만원, 2015년에는 83억9800만원, 2016년에는 78억5800만원, 2017년에는 81억5800만원, 2018년에는 62억7200만원이 책정된 바 있다.
■ “대체로 특수활동비 회식·경조사 비용으로 쓰여”
이날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빠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자료를 (참여연대에) 주려고 정리 중이다. 공개하는 문서는 ‘지출결의서’로 정확히는 1295건이다. 페이지로는 수천 페이지”라며 “지출결의서를 보면 몇 월에 교섭단체 지원비 얼마, 상임위에 얼마, 매달 쭉 금액이 엇비슷하게 나가는 똑같은 형태가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지출결의서는 의원 실명이 적혀 있기도 하고, 수령하는 계좌번호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동안 국회 특수활동비를 방만하게 쓰는지 알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지출결의서라서 국회 사무처에서 현금으로 건넸다는 기록만 있을 뿐이지 어떻게 받아썼는지는 영수증을 남기지 않아서 모른다”면서도 “대체로 보면, 상임위원장들이 쓰는 것은 뻔하다. 일부 간사, 위원회 직원들에게 주고, 회식, 경조사비로도 사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에는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그 밖에 이에 따르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 등 그 사용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비춰 보면 왜 특수활동비가 회식, 경조사비용 등에 쓰였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깜깜이 예산’으로 분류되는 국회 특수활동비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건 지난 2015년 5월이다. 당시 홍준표 의원은 2015년 5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자신의 ‘무죄’를 밝히겠다며 이 돈이 특수활동비라고 얘기한 바 있다. 홍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매달 국회 대책비로 나온 4000~5000만원 중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줬고, 집사람이 이를 비자금으로 만들었다”고 얘기했다. 비슷한 시기 입법 로비 의혹을 받던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도 특수활동비를 “자녀 유학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국회 사무처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회 일반회계 항목 가운데 △의정지원 △위원회 운영지원 △의원외교 △예비금 등 4개 항목의 특수활동비의 지출·지급결의서, 지출·지급 승인 일자, 금액, 수령인 등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국회는 관련 정보를 비공개하며 정보공개법(제9조 제1항 제2호 및 제5호)을 규정을 들었다. 특수활동비는 교섭단체·위원회 등 고도의 정치활동과 의원외교 등 의정 관련 국정 활동을 수행하는 국회의 특수성을 고려해 편성된 예산이라며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의정 및 의원외교 관련 국정 활동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올해 5월 대법원은 “국회 특수활동비는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서영지 김규남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