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엘지(LG) 사이언스파크 개장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이 하반기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6월 여야합의를 통해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당초 계획은 어그러졌지만,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논의의 불씨를 살려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권한대행은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재까지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는 개헌 논의, 권력구조·선거구제 개편도 마무리지어야 한다”면서 “개헌은 여전히 시대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5월에 낸)대통령 개헌안이 자유한국당 지적대로 ‘6월 지방선거용 패키지 개헌’이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다시 개헌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서 전날인 28일 김관영 신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개헌에 대해 언급하며 8월에 개헌 합의, 12월에 국민투표가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어, 하반기 또다시 개헌 논의가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초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지방선거용 패키지 개헌”이라고 반발한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다. 대신 자유한국당 쪽은 오는 6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한 ‘진정한 국민 개헌안’을 발의하고, 연내에 개헌안을 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여야 합의 개헌안 발의는 이뤄지지 못한 채,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 활동 시한이었던 6월이 끝날 처지다. 국민 앞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뒤늦게 ‘개헌’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자유한국당의 속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지선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참패하고, 특히 수도권에서 전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포함한 선거구제 개편이 당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이같은 분위기가 2020년도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높은 상황”이라며, ‘TK 자민련’ 처지에 놓인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개헌을 통한 선거구제 개편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지역구마다 1위를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정당 지지도에 따른 의석 수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는 “마침 (선거구제 개편을 이야기하기가) 시기상으로도 적절하다. 국민과의 ‘개헌’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도 있고, 바른정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다당제 하 다른 정당들의 관심과 호응도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각각 1표를 행사하면,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수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다당제 하 중소 정당에게 보다 활로를 틔워주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253개 지역구에서 1위 후보만이 국회 의석을 차지하며, 나머지 비례대표 몫인 47석만 정당 지지율에 따라 배분되고 있다.
한편 김성태 권한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일 경우 TK(대구·경북) 지역의 반발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기득권적 측면에서 자유한국당의 과거 입장은 모두 내려놓겠다”며 “선거구제 개편도 시대정신에 걸맞은 방식으로 야권 공조를 통해 반드시 개헌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로 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월말 발표한 당 자체 개헌안에서도 ‘도농복합형 중선거구제(부분적 중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바 있다. 인구 편차가 심한 도시와 농촌의 선거구제를 달리하면서, 비례대표제를 보완한 중재안이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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