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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조원 주검 탈취 돕고 ‘뒷돈’…‘삼성 해결사’ 노릇한 경찰 간부

등록 2018-07-09 05:01수정 2018-07-09 09:49

‘염호석 주검탈취’ 둘러싼 ‘3가지 의문점’

경찰청 정보국 소속 김 전 계장
염호석씨 유족 중재 대가 챙겨
3년간 현금 등 6300만원 금품
삼성 대리해 금속노조와 교섭도
오늘 서울중앙지법서 구속심사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014년 5월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고 염호석 씨 영정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014년 5월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고 염호석 씨 영정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삼성의 노조와해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 조합원의 사망’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조에게 가장 아픈 부분으로 남아 있다. 염씨는 지난 2014년 5월17일 강원도 강릉의 한 야산에서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 하겠기에 저를 바친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한다. 서비스지회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 때 화장해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하지만 ‘노조장’으로 장례를 치러달라는 유언과 달리 염씨의 주검은 사실상 탈취되다시피 했다.

당시 이 주검탈취를 ‘기획’한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장례식장에 들이닥친 수백 명의 경찰병력들은 과연 누구의 ‘지시’를 받고 왔는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오는 9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경찰청 정보국 소속 김아무개 전 계장(경정)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그는 이 해답을 갖고 있는 ‘키맨(핵심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 의문① 주검탈취 당일, 112에 신고한 ‘브로커’를 삼성에 소개해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앞서 삼성 노조와해 공작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염씨의 아버지를 회유하기 위해 ‘브로커’ 이아무개씨를 동원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씨가 도대체 염씨의 아버지와 어떤 친분이 있기에 그를 설득할 수 있었고, 삼성은 어떻게 두 사람 사이의 친분을 알고 이씨를 섭외했는지 여부다. 여기서 등장하는 사람이 지난달 30일 퇴직한 ‘경찰공무원 김씨’다. 김씨의 계급은 경정밖에 안 되지만, 그는 경찰청 정보2국 소속으로 20년 가까이 노사관계 분야에서 일하며, 이른바 이 업계에서는 거물로 통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내 노조와해 공작을 주도한 종합상황실 실장인 최평석 전무는 삼성전자로지텍에서 인사·노무 업무를 담당할 때 김 전 계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의 인연으로 김 전 계장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사관계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해결사’로 등장했다.

당시 염씨의 죽음으로 노조문제에 침묵했던 삼성에 대한 원망이 커지자 최평석 전무는 김 전 계장에게 ‘긴급도움’을 요청했다. 염호석씨 사건을 조기수습하지 못하면, 노조반발이 계속 커질 것이라는 걸 우려한 것이다. 최 전무의 긴급호출을 받은 김 전 계장은 그때부터 경찰 내 정보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염씨가 속했던 양산센터가 위치한 경남 양산경찰서 정보과는 곧장 염씨 아버지와 이씨가 친분이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보고’를 올렸다. 이 정보를 받은 김 전 계장은 이씨를 통해 염씨 아버지에게 ‘가족장’으로 바꿀 것을 회유했다. 이뿐 아니라 김 전 계장은 최 전무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염씨 아버지를 만나 현금 6억원을 제시하면서 회유할 때도 함께 했다. 회유 직후 전처와 이혼한 염씨 아버지만의 동의 아래 경찰 병력이 들이닥쳐 노조장을 치르던 장례식장에서 염씨 주검을 빼냈다. 당시 주검이 탈취되던 2013년 5월18일 오후 6시, 아버지 염씨를 대신해 직접 경찰에 신고한 것은 김 전 계장이 정보라인을 가동해 찾아냈다는 ‘브로커’ 이아무개씨였다.

아버지 염씨는 최근 검찰조사에서 “김 전 계장은 삼성으로부터 받기로 한 6억원 잔금뿐 아니라 추가 장례비용까지 챙겨준 고마운 인물”이라며, 그래서 그를 보호하기로 마음 먹고 최근 검찰조사를 받고 난 뒤에 김 전 계장에게 차명폰을 만들어주고, 검찰에서 어떤 내용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알려주기까지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 아니라 2013년 말 최종범 조합원이 사망했을 때도 김 전 계장이 나서 유족과 삼성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당시 최 전무는 “유족들이 상복을 입고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을 지키는데, 외국인들이 볼 때 국제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는 취지로 중재를 부탁했고, 김 전 계장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곽형수 부지회장(왼쪽)과 조병훈 대표사무장이 올해 4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지회 사무실에서 각각 고 염호석, 고 최종범 조합원의 영정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곽형수 부지회장(왼쪽)과 조병훈 대표사무장이 올해 4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지회 사무실에서 각각 고 염호석, 고 최종범 조합원의 영정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의문② 한남동팀으로 노사관계 개입하고 뇌물… 과연 ‘정보경찰’의 역할인가?

김 전 계장은 유족 중재를 넘어 ‘노사교섭’에도 적극 관여했다. 조합원 염씨 사망 이후 교섭을 요구하는 노조 반발이 커지자 김 전 계장은 삼성전자서비스를 대리해 금속노조와 ‘일대일 블라인드 교섭’도 벌였다. 당시 노동계 안팎에서 비공개 교섭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결국 5년여 만에 삼성 쪽 교섭 대리인이 현직 경찰이었던 것으로 이번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여기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받아냈다. 김 전 계장은 삼성으로부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현금 1500만원을 포함해 휴대전화, 텔레비전, 골프접대 등 6300여만원치 뇌물을 받았다. 최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그동안 노사합의 과정에서 고생이 많아 ‘수고비’로 준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 전 계장은 노사협상 과정에서 쓴 비용을 정산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왜 현직경찰이 비용을 삼성으로부터 받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최 전무의 휴대전화 등에서는 “텔레비전을 삼성 직원 할인가로 사게 해 달라”고 부탁한 김 전 계장의 문자메시지가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보경찰과의 업무와는 명백히 거리가 멀다. 그는 노사관계 해결이라는 경찰 본연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삼성이 골치아파했던 노사문제를 처리하고 대가까지 챙긴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과거 현대자동차, 에스케이 등 노사문제가 있었던 기업들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노조동향을 흘려주고 대가를 챙긴 사실이 검찰조사에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한남동팀’으로 불리며 그 위세를 종종 과시했다.

정보경찰이 세평을 수집하고 보고를 올리는 만큼 정부부처 역시 꼼짝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직속부하가 고용부차관에게 직접 “우리 계장이 오늘 가니까 시간을 내야 한다”고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부장관의 명절 선물리스트에도 그의 명단이 빠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유성기업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노조를 파괴했던 2012년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창조컨설팅이 치밀하게 노조파괴를 하기 위해 ‘노동부, 노동위원회, 국정원, 경찰, 검찰 등 유관기관 대응전략’을 짰으며, 경찰 쪽과 접촉한 인물로 김 전 계장이 지목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승화 기자eyeshoot@hani.co.kr
지난 2014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승화 기자eyeshoot@hani.co.kr
■ 의문③ “잘못없다“면서 휴대폰은 왜 굳이 ‘망치’로 부수었을까

검찰은 김 전 계장에 대해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 단서를 잡고,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경찰청 정보국과 김 전 계장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당시 검찰은 김 전 계장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아 집중추궁했다. 김 전 계장은 그 자리에서 ‘보안’을 이유로 유심칩을 망치로 부수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계장이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당시 김 전 계장이 소개해준 브로커 이씨가 경찰에 전화를 걸자마자 경찰병력 300여명이 20분만에 장례식장에 모여든 이유 등 그 ‘윗선’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이다. 김씨에 대한 구속여부는 9일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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