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투표가 끝난 뒤 20대 국회 후반기 2년간 입법부를 이끌 신임 국회의장으로 당선이 확정되자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여야가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열고 6선 문희상(73·경기 의정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20대 후반기 국회 신임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국회 부의장에는 5선 이주영(67·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 자유한국당 의원과 4선 주승용(66·전남 여수시을) 바른미래당 의원이 선출됐다. 이날 국회의장단 선출로 지난 5월30일부터 이어진 국회 공백사태가 45일만에 해소됐다.
문희상 새 국회의장은 당선인사를 통해 “대화와 타협,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은 제20대 국회의 태생적 숙명일 것”이라며 “후반기 국회 2년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최우선이 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본회의 표결 결과 총투표수 275표 중 259표를 얻어 국회의장에 당선된 문 의장은 “20대 총선결과 다당제의 국회가 출범했다. 집주인인 국민이 만든 설계도에 따라 일꾼인 국회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의장은 “후반기 국회 2년은 협치를 통해 민생이 꽃피는 국회의 계절이 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새 정부 출범 1년차는 청와대의 계절이었지만 2년차부터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 국정이 선순환 할 수 있다”며 “집권 1년차에 발표한 청와대의 수많은 개혁 로드맵은 반드시 국회의 입법을 통해야만 민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문 의장은 개혁·민생입법 과제에 대해 “개혁입법, 민생입법의 책임은 정부여당의 책임이 첫 번째다. 집권 2년차에도 야당 탓을 해선 안 되는 것”이라면서도 야당을 향해 “다만 야당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협상 태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요구할 건 요구하되 내줄 것은 내주는, 적대적 대결이 아닌 경쟁적 협조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문 의장은 “20대 국회 후반기 2년은 헌정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전환기가 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다”며 “촛불혁명을 제도적으로 완성하고 의회주의가 만발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존경받는 국회, 신뢰받는 국회, 사랑받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의장은 “저는 의원 한분 한분께 보낸 서신을 통해 후반기 국회 청사진으로 ‘협치와 통합의 국회’, ‘일 잘하는 실력 국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 세 가지를 약속드린 바 있다”며 “어떤 좋은 제안과 계획도 300명 국회의원 모두가 함께 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20대 국회 후반기, 협치와 민생을 꽃피우는 국회의 계절을 함께 열어갈 수 있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희상 의장은 노무현 정부 때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비서관을 맡는 등 노 전 대통령·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6선 중진 의원이다. 문 의장은 ‘겉은 장비이지만 속은 조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치감각과 통합·조정 능력이 뛰어다는 평을 받고 있어, 민생·개혁 입법과제가 산적한 20대 후반기 국회 운영이 주목된다.
문 의장은 197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나 정계에 입문했다. 민주연합청년동지회 회장,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 등을 지냈고, 1992년 14대 총선 때 현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시에서 당선돼 원내에 입성했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서는 초대 정무수석과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역임했다.
문 의장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대선기획단장을 맡았고, 노무현 정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다. 2005년 4월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선출됐다가 같은해 10·26재보선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008년에는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대선과 국회의원 재보선 패배로 휘청거렸던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두 차례 맡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일본특사로 파견돼 경색된 한·일 관계의 돌파구 마련에 힘썼다. 문 의장은 2004~2008년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냈고 일본 정계에 인맥도 매우 넓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문 의장은 2006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힌 탤런트 이하늬씨의 외삼촌으로도 널리 알려져있다.
국회 부의장이 된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판사 출신이다. 2000년 16대 총선 때 경남 창원을에서 출마해 원내에 입성한 이후 내리 5선을 지냈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전남 여수에서 도의원과 시장을 역임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뒤 이후 내리 4선을 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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