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여야 합의된 개헌안 도출 강조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문희상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희상 의장 , 제 70 주년 제헌절 경축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헌정회장님과 역대 국회의장님 ,
각 당 대표 , 원내대표를 포함한 국회의원 여러분 ,
김명수 대법원장 ,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
이낙연 국무총리 ,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
그리고 외교사절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
입법부를 대표하여 제 70 주년 제헌절 기념식에 참석해 주신 한분 한분께 마음 속 깊이 우러나오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오늘은 대한민국의 최고 규범인 헌법이 제정되었음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입니다 . 특히 제 70 주년을 맞이해서 더욱 뜻 깊은 기념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 제헌헌법의 역사적 의의
1948 년 제헌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이 3.1 운동으로 건립되었음을 선언하고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 또한 “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고 명시해 국가를 위해서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 국민을 위해서 국가가 존재한다는 대전제와 원칙을 세웠습니다 .
그 후 70 년간 우리 대한민국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 민주주의와 평화 , 무엇보다도 자유와 평등 , 인권을 지키기 위하여 싸워왔습니다 . 이는 우리 헌법의 근본 가치입니다 . 현재의 헌법은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 권력자에 대한 시민의 저항과 투쟁 ,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입니다 . 헌법의 위대한 정신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며 , 근본 가치는 영원할 것입니다 .
□ 패러다임 대전환의 시기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대한민국의 저력은 시대의 전환기마다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산업화를 이뤄냈습니다 .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민주화를 이뤄냈습니다 .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선진국으로 변화했습니다 .
최근 우리나라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던 두 가지 사건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첫째는 촛불혁명입니다 . 연인원 1,700 만 명의 우리 국민은 한손에는 촛불을 들고 또 한손에는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습니다 . 국회는 여야 구분 없이 3 분의 2 이상이 동의했고 실행했습니다 . 국민이 요구한 촛불혁명이 국회를 통해 시작된 것입니다 . 전 세계는 우리의 촛불혁명을 새 시대 민주주의의 표본으로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
둘째는 한반도 평화입니다 . 현 정부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거듭하며 , 전 세계의 축복 속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 판문점 평화선언을 발표했습니다 . 이는 지난 6.12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 70 년 적대관계의 양국이 관계정상화의 물꼬를 트면서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 해체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은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뿐 아니라 경제 패러다임의 대변화 , ‘ 평화가 곧 경제 ’ 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
세계가 주목하는 대변화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등 전 분야에서 패러다임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 촛불혁명과 현 정부의 탄생 , 그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이 되어야 합니다 .
국회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최후의 보루입니다 . 국회가 펄펄 살아 있을 때 민주주의도 살고 정치도 살았습니다 . 무신불립 입니다 . 국민의 신뢰를 얻으면 국회는 살았고 ,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국회는 지리멸렬했습니다 .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길 , 촛불혁명의 정신을 완성하는 길 ,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국민의 명령인 개헌을 완수하는 것입니다 .
□ 개헌이유 , 세월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이기 때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표결조차 못하고 무산됐습니다 . 오늘 제 70 주년 제헌절은 새로운 헌법과 함께 맞이하길 기대했으나 ,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80% 는 개헌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현행 헌법이 31 년이 되었기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맞지 않습니다 . 50 년이든 100 년이든 국민의 요구가 없다면 개헌은 불필요합니다 . 지금 개헌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 아닙니다 . 국민이 요구하는 개헌이기에 국회는 반드시 응답해야만 합니다 .
지금의 정치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우승열패와 적자생존의 원칙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정글의 체제입니다 . 좌와 우 , 진보와 보수 , 여와 야 모두 이분법 진영논리에 빠지게 되는 주요 원인입니다 .
상대를 경쟁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인 적으로 보는 미성숙한 정치입니다 . 적대적 대결만 있을 뿐 경쟁적 협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 이 같은 정치파행의 악순환은 모든 힘이 최고 권력자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현재의 권력구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1987 년 헌법은 독재에 맞서 대통령 직선제만이 민주화의 첩경이라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체제입니다 . 그동안 국민의 정치의식과 사회는 성숙했고 , 31 년 전 옷을 그대로 입기에는 너무 커져있습니다 . 이제 헌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된 것입니다 .
이는 혹한의 그 겨울 , 광장에 섰던 촛불혁명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
□ 나라다운 나라는 국회가 국회다워질 때 가능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
후반기 국회를 앞두고 개혁입법연대나 개헌연대 같은 네이밍 다툼 , 프레임 전선이 형성됐습니다 . 개헌과 개혁입법 모두가 국민의 명령입니다 . 여당의 양보 , 야당의 협조를 통한 협치로 풀어가는 것이 순리입니다 . 바쁠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 진정성을 갖고 민생국회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 확신합니다 .
저는 지난 2014 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 청청여여야야언언 ’( 靑靑與與野野言言 ) 이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 청와대는 청와대다워야 하고 , 여당은 여당다워야 하고 ,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고 , 언론은 언론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 국회는 삼권분립의 한축으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 여당은 국회의 첫 번째 구성요소입니다 . 당연히 국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심의와 결정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 야당의 제 1 책무는 비판과 견제에 있습니다 . 강력한 야당의 존재는 대통령과 여당에게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
여기에 덧붙여 ‘ 국국의의 ’( 國國議議 ) 나라다운 나라는 국회가 국회다워질 때 완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국회에 첫 등원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눈높이를 맞추면 개헌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 이미 수많은 논의를 거쳤기 때문에 여야간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의 입장차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 유불리를 따지는 정략적 개헌은 있을 수도 없고 될 수도 없습니다 . 당위성과 진정성으로 접근하면 언제라도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고 , 절차에 따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 민주시민의 상식 , 헌법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 헌법은 아름다운 선물이다 . 그러나 우리가 헌법을 실천하지 않으면 양피지 조각에 불과하다 ”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연설에서 했던 말입니다 . 지난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 헌법의 그늘은 컸습니다 . 독재자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수차례였습니다 . 권력자에 의한 개헌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했고 헌법의 가치를 짓밟았습니다 . 그 시대에는 헌법은 있으되 살아있는 헌법이 아니었습니다 . 다시 국민 품으로 헌법을 찾아오기까지 너무 많은 희생이 따라야 했습니다 . 국민이 헌법을 속속들이 알고 생활 속에서 헌법을 실천할 때 살아있는 헌법이 될 수 있습니다 .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유소년 시절부터 고등학교까지 헌법교육을 반복적으로 교육시켜 체화하고 있습니다 .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 헌법은 소수 정치인과 법조인 , 학자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헌법은 우리 생활 곳곳에 공기처럼 있는 것입니다 . 국민 모두가 헌법을 민주시민의 상식으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
국민이 헌법을 잘 알수록 민주주의는 그만큼 더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 또한 민주주의를 해치려는 세력과 권력자의 횡포를 예방할 수 있는 길입니다 . 제헌 70 주년을 계기로 헌법교육의 근간부터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오늘 제 20 대 국회에서 제 70 주년 제헌절 기념식을 맞이했습니다 . 제헌 70 년의 역사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 ‘ 옛길에 새 걸음으로 발맞추리라 . 이 날은 대한민국의 억만 년의 터 ’ 라는 제헌절의 노랫말처럼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
제헌절 70 주년인 오늘 , 저를 정치의 길로 이끌었던 “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세상 ” 에 대한 꿈과 희망을 떠올려 봅니다 .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대한민국을 다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라며 , 주권자의 뜻이 담긴 대한민국 최고규범 헌법의 가치와 정신이 영원히 지켜지기를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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