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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불판 갈 때가 왔다”…권력 겨눴던 ‘노회찬 어록’ 재조명

등록 2018-07-23 18:32수정 2018-07-24 08:56

빈부격차 실태 “옆에서 굶고 있는데 갈비 뜯어도 됩니까”
논리적이고 정교하며 직관적인 언어로 대중의 사랑 받아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 6일 오후 국회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투표용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유권자 10%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로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법률에 의해 한글로 인쇄된 미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투표용지는 26번 기표하도록 되어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 6일 오후 국회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투표용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유권자 10%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로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법률에 의해 한글로 인쇄된 미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투표용지는 26번 기표하도록 되어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재치있는 입담과 쉬우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비유로 진보 가치를 전파한 정치인이었다. 수많은 어록을 남긴 그에게 대중은 ‘갓회찬’, ‘노르가즘’ 등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가 정치인으로서 대중에 각인시킨 건 2004년 ‘삼겹살 판갈이론’이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그는 <한국방송>(KBS) ‘심야토론’에서 당시 거대 양당(한나라당,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정치사에 남을 촌철살인 비유를 날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커매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재산이 많은 사람에게 비례적 또는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부유세’ 도입을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노 의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옆에서 굶고 있는데 암소 갈비 뜯어도 됩니까? 암소 갈비 뜯는 사람들 불고기 먹어라 이거에요. 그러면 옆에 있는 사람 라면 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외에도 2009년 <문화방송>(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 “4대강과 부자감세는 서민들에게 신종플루 비슷한 겁니다. 확진상태죠. 국민을 살릴 건지 4대강 살릴 건지 결단해야 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보 정치인으로서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발언도 지지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했다. 지난해 6월 국회 연설을 마치고 악수하러 다가온 문재인 대통령을 마주하자 움츠러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상황을 두고 “거의 에프킬라를 발견한 모기들 같은 상황이죠”(<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라고 했다.

지난 1월 <제이티비시>(JTBC) 소셜라이브 인터뷰에서, "적폐청산이 정치보복 아니냐"는 질문에는 “청소할 땐 청소해야지, 청소하는 게 ‘먼지에 대한 보복이다’ 그렇게 얘기하면 됩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문 등에서도 날카롭고 논리적인 질문으로 정부 관계자들의 진땀을 뺐다. 2016년11월 최순실 게이트 당시 열린 국회 대정부 긴급현안질문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은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언성을 높이며 따져물었다. 반면 노회찬 의원은 차분하면서도 정교한 질문으로 ‘능구렁이’ 같았던 황 총리 답변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노회찬 의원 : 이 사태에서 총리의 책임이 큽니까, 대통령의 책임이 큽니까?
황교안 총리 : 저는 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노회찬 의원 : 그럼 황교안 게이트입니까? 박근혜 게이트인데 왜 스스로 누명을 뒤집어씁니까?
황교안 총리 : 국정을 잘 보좌하고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송구합니다.

지난해 10월19일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회찬 의원이 일반 재소자의 과밀 수용 실태를 보여주기 위해 수용자 1인당 가용면적(1.06㎡)에 맞춘 신문지 위에 누워있다. 사진 노회찬 의원실 제공
지난해 10월19일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회찬 의원이 일반 재소자의 과밀 수용 실태를 보여주기 위해 수용자 1인당 가용면적(1.06㎡)에 맞춘 신문지 위에 누워있다. 사진 노회찬 의원실 제공
지난해 10월 국정농단으로 구속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자, 노 의원은 짧지만 강력한 퍼포먼스로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을 무색하게 했다. 그는 당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일반 수용자들의 가용면적이라며 신문지 2장 반(1.06㎡)을 깔고 그 위에 누우며 말했다. “제가 한번 누워보겠습니다.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인권침해라고 제소해야 할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니라 4만여 일반수용자입니다.”

그의 비유, 촌철살인은 철저하게 권력의 부당함을 향한 것이었다. 그는 서민의 언어로 권력의 민낯을 까발리는 정치인이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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