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청와대가 지난 23일 ‘협치내각’을 제안한 이후, 연정의 대상인 야당들이 각각의 전제조건을 내걸고 나섰다. 각 당 처지에 맞춘 조건이어서 제안의 성사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혁신비대위 수석대변인은 2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협치는 정부가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야당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며 비판을 수용하는데서 출발한다”며 “정부의 태도는 야당을 적폐세력으로 매도하고 있어, 그런 태도에서 먼저 벗어나야 협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 참패로 비상대책위까지 꾸린 자유한국당이 협치의 선결 과제로 ‘적폐세력’이라는 딱지를 없애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앞세웠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협치 제안이 개헌입법을 위해서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다만 청와대와 여당의 관심법안만을 협치 테이블에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는 개헌, 선거제도 개혁,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개혁과제들을 광범위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대여야 간에 끼인 상황에서 다당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선거제도 변화의 숙원을 밝힌 셈이다. 반면 ‘호남정당’으로 평가받는 민주평화당은 ‘자유한국당 배제’를 주장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문화방송>(MBC) ‘이범의 시선집중’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 정체성은 남북문제 등에서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협치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의 주요 정책의 변화도 협치 조건으로 나왔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가 실패로 입증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실험을 중단하고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에 나선다면, 적극적으로 협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입각을 하지 않아도 협치할 마음이 있다”며 “공통 정책을 같이 추진하자고 정확하게 협약한 다음에 협치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최저임금이나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은 바뀌어야 하고, 탈원전 정책 역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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