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이 2014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한 문자 내용이 26일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공개됐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갈무리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014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인사청탁을 한 정황이 담긴 구체적인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됐다.
26일 저녁 방송된 <서울방송>(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안종범 전 수석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녹취파일을 공개하면서 유승민, 김무성 등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안 전 수석에게 인사를 청탁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유 의원은 2014년 7월 안 전 수석에게 “조○○ XX증권 사장을 그만두는 분이 있어요. 경북고 1년 선배인데 금융 쪽에 씨가 말라가는 TK죠. 대우증권 사장 및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관심 있어요. 괜찮은 사람입니다. 도와주시길. 서울보증보험 자리는 내정된 사람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알아볼게요. 되도록 노력할게요”라고 답했다.
유 의원은 이후에도 거듭 조아무개씨를 신경써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같은 해 9월에는 “안 수석 요즘 민원이 많네. 한국벤처투자주식회사 사장 공모에 지난번 대우증권 때 말씀드렸던 조○○씨가 최종 3배수에 1순위로 올라가 있다는데 후보자마다 세게 민원을 하는 모양이네요. 한번 챙겨봐 주소”라고 보냈고, 이에 안 전 수석은 “잘 챙기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 내용은 애초 <경향신문>이 지난해 5월 단독 보도를 통해 유승민 의원이 2014∼2015년 안 전 수석에게 최소 10명 이상의 공공·금융 기관 임원 인사를 청탁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힌 내용에 근거해 좀 더 구체적인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
▶관련기사 : [단독]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시절 안종범에 ‘인사 청탁’ 의혹) <경향신문> 보도 당시 유 의원은 “비리 등이 개입한 것도 전혀 없고, 안 전 수석에게 답도 제대로 못 들었다. 실제 (인사가) 성사된 사례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조아무개씨는 2014년 10월 한국벤처투자주식회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유 의원과 안 전 수석은 모두 대구 출신이자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동문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27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보도에 관해 다시 한 번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연락했으나, 유 의원은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유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안종범 전 수석에게 인사와 관련해 문자로 문의하고 사람을 추천했던 적이 있었고 이 문제는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똑같은 내용이 보도됐고 소명한 바 있다. 당시 제 의도는 청와대가 미리 내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정된 인사가 있는지를 물어보고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탁으로 비친 점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이밖에도 김무성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였던 2015년 안 전 수석에게 특정 인물을 추천하는 내용의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홍문종, 이철우, 나성린, 김종훈, 박대출, 조원진 등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도 청탁 문자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제작진에게 “청탁 사실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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