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손학규(71) 전 바른미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다음달 2일 치러질 바른미래당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5일 민주평화당 대표에 당선된 정동영(65) 의원,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 경쟁 중인 이해찬(66)·김진표(71) 의원 등 최근 정치권의 ‘올드보이’ 바람에 화룡점정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 전 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른미래당은 무기력증과 패배주의의 구렁에서 탈출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온갖 수모와 치욕을 각오하고 제가 감히 나섰다”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선거제도를 비롯해 잘못된 정치제도를 바꾸는 게 손학규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해 독일식 선거제도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청와대가 언급한 ‘협치 내각’과 관련해 “정책의 주요 과제에 대해 야당과 타협하고 제도적으로 합의한 뒤에야 장관 자리 교섭이 가능하다”고 했다.
손 전 위원장을 포함해 이날까지 총 12명이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졌고, 바른미래당은 9일까지 후보 등록을 받은 뒤 11일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후보를 6명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손 전 위원장의 대표 출마는 지난 6·13 지방선거 뒤 지도부 교체가 한창인 각 당에서,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유력 인사로 떠오른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이해찬·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0~70대라는 나이뿐만 아니라 참여정부 시절 장관과 총리를 지내는 등 십수년 전 이미 ‘전성기’를 거친 인물로 평가된다. 17·18·19대 대선에 도전했다 매번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손 전 위원장 역시 ‘옛 인물’로 통한다. 김병준(64)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다당제 체제이고 정계 개편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경륜의 리더십이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들이 있다”며 “젊은 의원이나 경험이 적은 의원들의 경우 현 상황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각 당에서 ‘오비’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상승효과’가 일어났다는 평가도 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당선 다음날인 지난 6일 “이해찬 후보가 출마하고 손학규 후보도 나온다고 하니 말 상대 할 사람이 돼야 한다는 얘기가 자연발생으로 들리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각 당내 소장파의 목소리가 크지 않고, 젊은 정치인이 차근차근 성장할 토대가 여전히 구축돼 있지 않은 점도 ‘오비의 귀환’ 배경으로 꼽힌다. 한 50대 의원은 “지금 정치권에 필요한 건 역동성”이라며 “지금 활동하는 올드보이들 가운데 개혁을 추구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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