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일 오전 서울 성동구 관계자들이 어린이집 차량 30여대에 ‘슬리핑 차일드 체크(갇힘예방)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어린이집 차량에서 아이들이 숨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하차 확인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잠자는 아이 확인법’(슬리핑 차일드 체크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여야와 관계 부처의 무관심 속에 8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올여름 차량에 갇힌 어린이의 사망 사고 뒤 10여건의 유사 법안이 쏟아지고, 여야 원내 지도부도 8월 국회 통과에 합의했던 법이다. 여야가 쟁점 법안에만 ‘다걸기’를 한 나머지, 어린이의 생명과 안전을 다룬 비쟁점 법안은 뒷전으로 미뤘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국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지난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하차 확인 장치 의무화와 정부의 비용 지원을 규정하기 위한 ‘잠자는 아이 확인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7월14일 동두천에서 어린이가 통학차에서 내리지 못한 채 7시간 방치돼 숨진 사고가 발생하자 더불어민주당의 김한정·권칠승, 자유한국당의 김현아,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등이 ‘잠자는 아이 확인법’을 앞다퉈 발의했고, 행안위원장의 대안으로 통합돼 통과한 것이었다. 자연재난에 폭염·한파를 추가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안도 같은 맥락으로 처리됐다.
앞서 여야 3당 정책위 의장이 8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한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구성한 민생경제법안 태스크포스(TF)에서 ‘잠자는 아이 확인법’을 처리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에, 30일 본회의에서 무난한 처리가 예상됐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폭염·혹한을 자연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안전법, 어린이 통학차량에 대한 사고방지 장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등이 이미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했고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날 행안위에서 통과된 재난안전법은 법사위(29일)를 거쳐 본회의(30일) 통과까지 일사천리로 마친 반면, ‘잠자는 아이 확인법’은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국회법은 상임위→법사위→본회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법사위 회부 뒤 상정까지 5일의 숙려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긴급할 경우 법사위 의결에 따라 이를 건너뛸 수 있다. 재난안전법은 이렇게 처리됐지만 ‘잠자는 아이 확인 법’은 빠진 것이다.
각 상임위와 관련 부처들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행안위 관계자는 “재난안전법과 ‘잠자는 아이 확인법’ 모두 일괄적으로 시급히 처리해달라고 법사위로 넘겼고 행안위 손을 떠난 상황”이라며 “법사위에서 관련 부처의 서류 첨부가 늦어져 시간을 맞추지 못해 누락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에서는 국회 요구 시한에 맞춰 다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의 한 간사 의원은 “숙려기간을 건너뛰려면, 요청을 먼저 하고 법사위 간사들이 동의하면 되는데 그 법은 처음 듣는다. 논의 자체를 안 했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법사위를 못 챙겨봤는데 빨리 처리할 것이다. 다음번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한 의원은 “본회의장에 갔는데 이 법이 리스트에 없어 의아했다”며 “간사 누구 한명이라도 신경을 쓰고 챙겼으면 비쟁점 법안인 만큼 서둘러 처리가 가능했을 텐데 지도부가 의견 전달을 잘 안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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