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새대표가 3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희상 국회의장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신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농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뼈있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손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첫 날인 3일 오전 인사차 국회의장실을 방문했다. 첫 화두는 ‘올드보이’였다. 문 의장이 지난 6·13 지방선거 충남지사 후보 경선에서 도중 하차했던 박수현 의장 비서실장을 가리키며 “요즘 올드보이들이 귀환한다고 했는데 (여긴) 패잔병들이 다 귀환했다”고 말하자, 손 대표는 “올드보이(Old boy)가 아니고 지(G)를 덧붙여 골드보이(Gold boy)다”라고 말했다. 손 대표가 “우연히도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경선에서 맞붙었던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3명이 다 왔다”고 말하자 문 의장은 “그때 치열하게 싸우던 사람들이고 그들의 시대가 다시 저절로 불러낸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참 덕담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정치 현안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손 대표는 “어제 제가 ‘이 정권이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졌는데 촛불정신에 어긋나고 있다. 패권 정치를 극복하고 국민 주권 정치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지금은 청와대가 모든 걸 다 주도한다. 내각,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을 했다”며 “의장님이 개헌을 잘 주도해주시고 개헌 이전에 선거법 개정을 통해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문 의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이 촛불혁명 바로 이어서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해 코드 인사를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고 적폐청산을 강조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그건 숙명이다”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그런데 어느 시점이 지나면 청와대의 계절이 가고 국회의 계절이 오면 국회가 협치로 의견 일치를 해서 역할 분담을 해야 하는 데 그 때 국회가 안 하면 그것도 큰 일이다”라며 “타이밍이 딱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났고 국민 평가가 지지도로 나타나는데 조금씩 떨어지는 이유는 한계가 있는 거라고 보는 것”이라며 “타이밍이 이제 국회로 와서 제도화를 해줘야 하는데 제도화의 첫 번째는 개헌, 그 다음은 개혁 입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협조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라며 “국회가 각성하고 우리가 앞장 서자. 그래서 손 대표의 말에 귀가 번쩍 트였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이제 대통령 탓만 할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야당 탓만 할 건 아니지만 거꾸로 대통령 탓만 할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문 의장의 긴 발언이 끝나자 손 대표는 “그런데 의장님. 이 자리에서 나가면서 ‘거기 가서 냉수 한 잔 못 먹고 왔다’고 하겠어”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문 의장은 “냉수 내오라고 했더니 ‘냉수 먹고 정신 차리라’로 오해받을까봐…”라며 웃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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