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핵심으로 한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을 ‘투기세력과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자유한국당 등에서 제기하는 ‘세금폭탄론’에 맞서 여론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놓고 보수 진영과의 여론전에 밀렸던 참여정부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과거에 종부세에 대해 잘못된 해석과 선동이 있었지만 종부세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번다는 생각을 없애는 주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시장이 진정되지 않거나 투기 위기가 지속되면 추가 대책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종부세 개정안을 다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나와 “근로소득자들은 (월급이) 투명지갑처럼 보여서 세금을 다 낸다. 한달에 몇억씩 집값이 올라간 그런 분들에 대해서 세금을 좀 더 부과하겠다는 게 이번 정부 대책”이라며 “세금폭탄이다, 이런 말은 국민을 선동하는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민주당 간사인 윤관석 의원은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 대책은 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전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9·13 대책 발표 이후 적극 설명에 나선 것은 부동산 문제가 여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또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 외에는 추가 세금 부담이 거의 없는 만큼 ‘세금폭탄’ 공세에 밀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종부세 인상 관련 여론 동향을 물으며 “여론을 잘 팔로업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여론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소득주도성장 논란’을 거치며 정책 홍보의 중요성을 절감한 것도 작용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집단적 자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도 세금폭탄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현 정부 들어 8번째 고강도 세금폭탄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며 “시장에서는 치솟는 집값을 핑계로 국민 세금 더 걷겠다는 대책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온다”고 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따로 만나 9·13 대책에 대해 “완전한 실패”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보완해야 할 디테일이 많지만 큰 틀에서 정부 대책에 힘을 실어야 하겠다”며 “정치권이 ‘갑론을박’하는 사이 가장 웃음지을 사람들은 투기세력들이다. 미친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해 정부 대책에 신뢰를 보내고, 입법부가 한목소리로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서영지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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