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을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왼쪽 둘째)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오른쪽 둘째)이 교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매우 의미있는 성과입니다.”(문재인 대통령)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하였습니다.”(김정은 국무위원장)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19일 백화원영빈관에서 추가 남북정상회담을 연 시간은 70분이었다. 전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120분간 남북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두 정상은 합의문의 최종 서명을 백화원영빈관에서 마쳤다. 이곳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6·15 선언, 10·4 선언을 끌어낸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이날 회담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배석했다.
북한은 이날 평양에서 열린 두번째 정상회담을 위해서도 각별히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정상회담장이 있는 복도 끝에는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때 두 정상이 판문점선언에 서명한 직후 함께 찍은 사진이 벽에 걸려 있었다.
회담이 끝나고 10분 남짓 지난 오전 11시23분 두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려고 회의실로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펜을 건네받아 서명했고, 김 위원장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한테서 펜을 받아 서명을 마쳤다. 두 정상은 일어나 책상 앞으로 걸어 나와 합의문을 교환하며 악수했고, 합의문을 든 채 사진을 찍은 뒤 또 한번 손을 맞잡았다. 문 대통령은 북쪽 인사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건넸고, 김 위원장은 우리 쪽 수행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지대로 만들어감으로써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전쟁의 위협과 이념의 대결이 만들어온 특권과 부패, 반인권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사회를 온전히 국민의 나라로 복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높이 평가하면서 “(김 위원장이) 온 겨레와 세계의 여망에 부응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과 실행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지난봄 한반도에는 평화와 번영의 씨앗이 뿌려졌다. 오늘 가을의 평양에서 평화와 번영의 열매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과 북은 앞으로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비핵화의 최종 달성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우리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의 봄날에 뿌린 화합과 평화의 씨앗들이 싹트고 자라 가을과 더불어 알찬 열매가 되었다.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라고 판문점에서 썼던 글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련을 이길수록 우리의 힘은 더 커지고 강해지며 다져지고, 뭉쳐진 민족의 힘은 하나된 강대한 조국의 기틀이 될 것”이라며 “세계는 오랫동안 짓눌리고 갈라져 고통과 불행을 겪어온 우리 민족이 어떻게 자기 힘으로 자기 앞날을 똑똑히 당겨오는가를 똑똑히 보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까운 시일 내 서울 방문’을 약속하며 “분단의 비극을 한시라도 빨리 끝장내고, 겨레의 가슴속에 쌓인 분열의 한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가실 수 있게 하기 위하여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성스러운 여정에 언제나 지금처럼 두 손을 굳게 잡고 앞장서서 함께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두 정상이 연설하는 동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송영무(국방부)·조명균(통일부)·강경화(외교부)·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김현미(국토교통부) 장관 등 남쪽 수행원들과 노광철 인민무력상,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쪽 지도부는 연설 중간중간에 큰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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