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원공연서 ‘체제 선전’ 등 배제
‘특별장’ 추가해 ‘통일 삼천리’로 마무리
<노동신문> ‘빛나는 조국’ 원제목 보도 안 해
19일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에서 하늘길과 땅길 모두 열자는 의미의 카드섹션이 펼쳐지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관람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은 지난 9·9절 때 북한이 처음 선보인 공연 ‘빛나는 조국’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드론을 띄워 ‘빛나는 조국’ 글씨를 형상화하면서 기술을 자랑했지만 ‘우리에겐 위대한 당이 있네’와 같이 남쪽 보수 진영이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은 기존 공연과 달리 뺐다.
북한은 지난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을 기념해 5년 만에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선보인 뒤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장기 공연 중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빛나는 조국’ 소개 기사에서 “환영장과 서장 ‘해솟는 백두산', 제1장 ‘사회주의 우리집', 제2장 ‘승리의 길', 제3장 ‘태동하는 시대', 제4장 ‘통일삼천리', 제5장 ‘국제친선장', 종장 ‘우리에겐 위대한 당이 있네'로 구성됐다”고 전한 바 있다. ‘아리랑’ 공연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이었다.
19일 밤 공연은 달랐다. 1시간 반가량 진행된 점은 비슷했지만, 기존 공연의 1~3장 외에 ‘특별장’으로 ‘평화, 번영의 새시대’ 공연이 새롭게 담겼다. 특별장은 ‘제1경 겨레의 메아리, 제2경 푸른 하늘 푸른 꿈, 제3경 우리 민족끼리, 종장 통일삼천리’로 구성됐다. 기존 공연에서 체제 선전의 내용은 최대한 배제한 것이다. 문 대통령 부부 및 수행원을 위한 특별 공연이었던 셈이다. 두 정상이 앉은 관람석 위로는 한반도기만 걸렸다.
특별장 공연에서 북한의 혼성 중창단은 한국 가요를 연달아 선보이며 방북단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울밑에 선 봉선화야’, ‘고향의 봄’, ‘홍도야 우지마라’ 등의 노래가 경기장에 울려퍼졌고 김정숙 여사는 특히 ‘고향의 봄’에 큰 박수를 보냈다. 북한 공연단은 카드섹션을 통해 기차를 형상화했고, 행선지는 ‘평양-부산’으로 표시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서로 잡은 손 놓지 말고 민족의 운명을 개척해나가자”, “4·27선언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등이 카드섹션으로 펼쳐지자 관중은 연이어 환호했다. ‘우리 민족끼리’ 순서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4·27 정상회담 당시 군사분계선에서 악수하는 장면과 두 정상이 4·27 선언에 서명하는 모습 등이 등장하자 15만 관중들의 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19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에서 하늘에 띄워진 드론으로 ‘빛나는 조국’이라는 메시지가 만들어졌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드론을 띄워 하늘에 ‘빛나는 조국’을 수놓는 연출은 이번에도 등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문 대통령의 공연 관람을 보도하며 ‘빛나는 조국’이라는 원제목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공연 관람 사진을 여러 장 실으면서도 ‘빛나는 조국’ 글씨의 드론쇼 장면은 보도하지 않았다. 앞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북한의 대집단체조인 ‘아리랑’을 관람한 것을 두고 남쪽에서 논란이 일었던 선례가 있다. 공연 내용 수정에 이어 후속 보도까지 문 대통령의 귀환 뒤를 적극 배려한 조처로 보인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