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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수사 2라운드 시작… ‘SDI 노조와해’도 기획

등록 2018-09-28 05:00수정 2018-09-28 10:11

[2013년 그룹 노사안정화 대책 문건 확보]
“삼성 SDI 노조 설립 직전까지 갔으나 차단”
삼성 에버랜드 노조 성과는 ‘세확산 차단‘
“조합원 추가확보중” 완전 고사화는 실패
3년 내 문제인력 100% 감축 목표 등
최고경영자들에게 ‘7가지 사항‘ 하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 부장검사가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공작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 부장검사가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공작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3년은 복수노조 3년 차… 그룹 비노조 경영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관심과 지원이 없으면 위기 극복이 어렵다. 지금까지 지켜온 그룹 고유의 비노조 전통이 항구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부탁드린다.”

삼성그룹의 옛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2013년 그룹 노사안정화 대책’ 문건에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이렇게 당부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삼성이 2013년 작성한 51쪽짜리 문건에는 삼성 에스디아이(SDI)의 노조설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이를 ‘경영성과’로 내세운 사실도 새롭게 드러난다. 검찰이 2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의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한 수사 확대를 예고한 만큼 ‘삼성 수사 2라운드‘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주목된다.

■ SDI 노조설립 마지막 단계서 차단

이날 <한겨레>가 확보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2013년 그룹 노사안정화 대책’ 문건은 총 51쪽짜리로, △2012년 성과와 반성 △13년 노사환경 전망 △13년 노사안정화 대책 등 3개 목차로 이뤄져 있다. 이 문건은 2013년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삼성의 노조와해 문건이라고 폭로한 ‘2012년 에스(S)그룹 노사전략’과 목차가 같지만, 내용은 더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을 바탕으로 지난 17일 삼성 에버랜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먼저 삼성은 ‘2012년 성과와 반성’을 설명하며 “2012년 수차례 노조설립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차단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삼성 에스디아이와 관련 “2012년 1~3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에스디아이의 ‘문제인력(노조설립을 주도하거나 참여한 직원들에 대해 삼성이 부르는 호칭)’을 포섭해 설립 직전까지 갔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차단했다”고 언급했다. 또 2012년 10월부터는 “민주노총이 에스디아이 울산 사조직을 선동해 금속노조 삼성지부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에버랜드 노조 등 각사 문제인력을 총망라하는 산별노조 지부 형태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그동안 노조설립 움직임을 보이는 에스디아이 직원들에 대해 ‘사생활’ ‘여자관계’까지 사찰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고발까지 이뤄졌지만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 강아무개 부사장(불구속 기소) 컴퓨터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문건이 발견되자 강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문건이 맞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특히 검찰이 수사 확대를 ‘예고’한 삼성 에버랜드와 관련해선 “2011년 7월 설립된 에버랜드 노조가 아직도 와해되지 않고 있다”며 어용노조를 사전 설립해 단체교섭권을 확보하고, 주동자를 해고 조치하거나 세 확산을 차단한 점을 ‘성공사례’로 들면서도 ‘완전 고사화’는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2012년 말 노조가 조합원 추가 확보를 시도하고, 2013년 3~6월 중 노조의 단체교섭이 예상된다고도 언급했다. 결국 삼성 미래전략실이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며, 삼성전자서비스 외에 삼성 SDI, 삼성 에버랜드 등에 대한 노조와해가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셈이다.

■ 해외노조 생기자 “노사관리 허점 노출”

이뿐 아니라 삼성은 해외노조를 막기 위해서도 각별히 신경 썼다. 2012년 10월 삼성전자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184명이 노조를 설립한 것을 두고 “해외 생산법인 노사관리 허점이 노출”됐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면서 “국내사업장 수준의 조직관리 시스템 적용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노사관리 체계를 원점에서 재구축하라”고 지시했다. △법인장, 인사 주재원 등에게 ‘파견 전 조직관리 교육’을 강화하고, △노동변호사 자문계약 등 대내외 정보채널을 확보해 ‘노사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는 한편 △본사 차원의 주기적 점검을 통해 취약요인을 집중적으로 보강하도록 했다.

삼성은 또 2013년 작성한 문건에서 ‘사전예방’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 배경에는 부정적으로 전망한 2013년 노사환경이 있었다. 먼저 정치권과 관련해선,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야당 의원 8명, 여당 의원 7명으로 구성돼 여소야대의 세력 차이가 극심한 만큼 노동 편향적인 입법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대통합과 약자보호 등의 명분으로 친노동 정책을 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함께 노동부는 무노조 사업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이며, 재계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노조와해 문건 유출’ 탓에 노조 대응력이 대폭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삼성은 노조 대응 전략·전술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사전예방을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 삼성은 “노사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노조가 생기면 와해시키기 어렵고,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만큼 사전예방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 3년 내 문제인력 100% 감축 목표

노조를 막기 위해 ‘일사불란’한 대응도 요구했다. 2013년도 ‘4대 중점과제’에는 “노사문제는 정확한 상황판단과 체계적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그룹 각사 간의 신속한 상황공유 및 일사불란한 체계 유지가 필수”라며 “복수노조 대응태세 일체를 점검하고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뿐 아니라 정기상여를 고과와 연동하는 등 제도개선을 통해 통상임금 적용을 회피하는 내용의 임금조정 방향과 “악성노조 바이러스가 침투하더라도 임직원들이 흔들림 없도록 비노조 디엔에이(DNA)를 확실하게 체화”하라는 내용의 노사교육 방향도 담겼다. 비정규직 보호나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 노동입법에 대한 대응책도 제시했다.

최고경영자(CEO)들에게는 ‘7가지 사항’을 당부했다. 먼저 3년 내 문제인력을 100% 감축하라는 목표를 지시했다. 삼성은 “문제인력이 없는 회사는 노사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다”며 “그룹 내 문제인력은 복수노조 시행 당시(2011년) 471명에서 현재까지 203명으로 감축했다. 이후 254명 추가선정으로 현 522명이 잔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인력 감축은 개인별 성향 분석을 통해 ‘재활용 불가자’는 희망퇴직, 징계해고 등으로 퇴출하고, ‘재활용 가능자’는 고과, 승격 등으로 우군화 조처를 취하라고 했다. 또 매월 최고경영자가 주재하는 조직관리회의에서 문제인력 감축을 ‘깨알 체크’하도록 했다. 최고경영자들이 나서야만 임원들이 실천에 나선다며 매월 1시간씩 ‘조직관리회의’를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외에 △법 위반 소지 완벽 제거 △매월 1회 이상 온라인 고충처리 채널 체크 △노사협의회 존중 및 육성 △건강하고 애사심 넘치는 조직문화 △글로벌 노사관리 체계 원점에서 재구축 등의 내용도 담겼다. 검찰은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누구나 알고 있었으나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던 진실’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2013년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대해 삼성은 작성 사실과 존재를 부인해 왔다. 실제로는 삼성경제연구소와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에서 폭로된 문건과 같은 내용의 노사전략 문건을 매년 작성한 사실이 확인돼 그동안 의혹만으로 제기됐던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른 노조와해 공작의 전모가 밝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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