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일 바른미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중인 오세정 의원. 출처 : 오 의원 블로그
바른미래당 오세정 의원이 추석 연휴 직전에 화제가 됐다. 의원직을 던지고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역 의원이 대학 총장 후보로 나서기 위해 의원직을 내놓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오 의원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번에 화제가 될 때 알려지지 않은 숨은 맥락이 있다.
사실 오 의원은 2014년에 서울대 총장이 ‘될 뻔’ 했다. 4년 임기의 서울대 총장은 대학 자율을 존중하기 위해 1991년 이래 직선제로 뽑혀왔지만, 2011년 대학의 법인 전환 뒤 간선제로 바뀌었다. 교직원이 참여하는 정책평가단과, 학내외 인사 30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가 점수를 매겨 후보를 올리면 서울대 이사회가 최종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2014년 26대 서울대 총장 선출은 간선제 전환 뒤 첫 사례였다. 당시 총장추천위원회는 물리천문학부 교수이던 오 의원을 1순위로 올렸다. 그런데 2014년 6월19일 서울대 이사회는 1순위인 오 의원 대신, 강태진 재료공학부 교수와 함께 공동 2순위로 추천된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했다. 이사회 투표는 토론 없이 무기명으로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해 7월11일 성 교수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크게 반발했다. 새로 선출된 성 교수가 1980년부터 19년간 영남대 법과대 교수로 재직했고, 1980년 영남대 이사장직을 지낸 박근혜 대통령이 이후 1988년까지 그 곳의 평이사로 재직한 점과 맞물려 ‘청와대 입김’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2014년 7월9일 성명을 내 “총장추천위원회와 교직원 평가를 통해 총장 후보를 선출하려 했던 과정은 법인 체제의 테두리 안에서 민주성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힘겨운 노력이었다”며 “이사회는 그러한 노력을 아무런 설명 없이 일거에 무위로 돌려버렸다”고 비판했다. 총장 선출의 민주성과 자율성이 침해됐다는 지적이었다. 교수협의회가 전임교수 1007명을 상대로 당시 긴급 설문조사를 하니 74.8%인 753명이 총장 후보 선출 과정에 불만을 제기했다. 교수들 반발 속에서 오 의원은 “총장을 선출하는 이사들에 대한 외부 입김 배제” 등을 언급하면서도 “이사회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며 결과에 승복했다.
이후 2년여 뒤인 2016년 4월13일 오 의원은 당시 국민의당의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오 의원은 이과 ‘수석’ 입학자들이 물리학과를 선택하던 시절인 1971년 경기고를 수석 졸업한 뒤 대입 예비고사 전국 수석, 서울대 입학 수석을 거쳐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한 화제의 인물이었다. 1984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부임한 뒤 학생들을 가르쳐왔고, 2011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초과학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과학, 교육계를 대표한 비례대표였던 것이다.
그로부터 몇 달 뒤인 2016년 12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이른바 ‘비망록’이 공개되며 2년 전 총장 선임과 관련해 다시 한번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논의되던 때에 뒤늦게 공개된 비망록에, 이사회가 성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하기 4일 전인 2014년 6월15일 ‘6/19(목) 서울대 총장 逆任(역임·거슬러 임명함)’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사회 투표 당일인 6월19일 업무일지에는 ‘서울대 총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성 총장은 역임이 아닌 ‘선임(選任)’의 약자라며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2년이 더 지난 지난 7월, 성낙인 총장은 4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같은 달 강대희 의과대학 교수가 이사회에서 선출됐지만 성희롱 논란 등으로 사퇴하면서 서울대는 선거 절차를 다시 밟게 됐다. 이에 오 의원은 지난 21일 이번 27대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비례대표 임기가 남아있는데 그만둔다는 점이 중요 고려사항이었고 결국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에 대해선 사죄해야 할 일”이라며 “그럼에도 4년 전 그 일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고 지난 4년을 거치며 학교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은 가운데 이번 총장 선거에서도 (강대희 교수 등 기존) 후보들이 그만두는 등 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고심 끝에 출마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 의원 사직서는 10월 초 열릴 첫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14번이었던 임재훈 전 국민의당 선거관리위원회 조직사무부총장이 의원직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 마감된 서울대 총장 후보 등록에는 오 의원을 포함해 9명이 지원했다. 오 의원이 경쟁자들을 누르고 최종 당선된다면 첫 물리학 전공 출신의 총장이 된다. 새 총장은 11월 결정될 예정이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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