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가 행정 정보 유출’ 논란으로 맞고발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면충돌했다. 고성이 오간 40여분간의 격한 ‘설전’에서 심 의원은 ‘적법한 취득’을 강조했고, 김 부총리는 마치 벼르고 있던 듯 심 의원의 ‘위법 행위’를 강조하며 일일이 반박했다. 특히 김 부총리는 심 의원의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 시절의 업무추진비까지 거론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여야 의원들도 책상을 치거나 서로 야유를 쏟아내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 “시스템 뻥 뚫려”-“6단계 거쳐 불법 접근” 심 의원은 2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기획재정부에서 디브레인에 접근할 수 있게 제공한 아이디로 해킹 없이 정상적으로 접속해 자료를 열람했다”며 자신의 시연 동영상을 본회의장 대형 화면에 띄웠다. 그는 “(접속 뒤) 조건을 다시 넣으라고 해서 (키보드의) ‘백스페이스’를 눌렀더니 디브레인 폴더가 나왔고 그 안에 들어가니 재정집행 실적 등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었다”며 정부 시스템이 “뻥 뚫려 있었다”고 허점을 강조했다. 해킹 등 불법적인 방법 없이 정상적으로 접속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디브레인 안의 재정분석 시스템 ‘올랩’(OLAP)이 분리돼 있고 보안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는 “분명한 것은 들어갈 수 없는 영역에 들어간 것이고, 6번의 경로를 거쳐 들어갔다”며 ‘비정상 접속’임을 강조했다. 자료 열람의 ‘금지 경고’ 여부를 두고도 두 사람은 부딪쳤다. 심 의원은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없었다”며 몇 차례 클릭으로 폴더가 떴고 이를 내려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부총리는 심 의원이 내려받은 파일에 “분명히 ‘감사관실용’이라는 경고가 떠 있는데도 불구하고 뚫고 들어간 것”이라며 “190회에 걸쳐 최대 100만건 이상 다운로드한 것은 사법당국에서 위법성을 따져봐야 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 “심 의원도 주말에 업무추진비 사용” 심 의원은 정부 부처에서도 사용이 금지된 업종에서 업무추진비를 쓰는 등 부적절한 사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예컨대 골프장 운영 업종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가 각각 706만원, 374만원을 썼고, 통일부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도 면세점에서 수백만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있는 과천에 공무원연금공단이 운영하는 매점이 있는데, 거기(매점)가 골프장 업종으로 등록돼 있다”며 “면세점 사용도 한-우즈베크 경제부총리 회담 때 우즈베크 부총리를 위한 선물을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52개 부처에 대해 감사원에 전수 감사 청구를 했으니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심 의원이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해명을 비판한 일부 언론의 사설을 거론하며 “언론이 보도를 잘못하고 있는 거냐”고 묻자, 김 부총리는 “잘못하는 부분도 있다. 왜냐면 의원이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금 얘기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정말 억울한 것이 많다”고 반박했다. 또 “비인가 정보를 공개해 많은 국민으로부터 오해를 사게 하는 것은 책임있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부총리는 특히 청와대의 심야 업무추진비 사용도 ‘업무 관련성’이 소명되면 문제없다고 설명하며 “의원님이 국회 보직을 맡고 있을 때 주말에 썼던 거랑 똑같다. 그 기준으로 같이 봐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심 의원이 자신이 주말에 쓴 것은 특활비(특수활동비)라고 반박하자 “그렇지 않다. 업추비도 쓰셨다. 의원님이 해외 출장 중에 국내에서 쓴 유류비도 같은 기준이다. 의원님이 의정활동 하시며 쓰신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맞섰다. 심 의원이 자신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고 하자 그는 “공개 대상이 아니다”라고 거절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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