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좌표와 가치 재정립 소위원회’에서 8일 자유한국당이 나아갈 새로운 가치와 좌표를 제시했다. 홍성걸 좌표와 가치 재정립 소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수주의의 본질은 높은 도덕성과 개혁성에 있다”면서 도덕성을 기반으로 한 △자유 △민주 그리고 △공정 △포용을 당의 새로운 ‘4대 가치’로 제시했다. 또 보수정치가 나아가야 할 좌표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의 헌법가치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통일, 그리고 현재와 미래 세대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목표를 지정했다.
이날 홍 위원장은 보수정치의 새로운 좌표와 가치를 발표하며 “대한민국의 보수 정치 현 주소는 한마디로 참담한 지경”이라고 ‘반성’했다. “국민들은 한국당에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줌 남짓한 지지세력에 기대어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이 지금의 자유한국당의 부끄러운 자화상임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보수 정치를 바로세우는 과업은 남의 탓이 아닌, 나로부터의 깊은 성찰과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이제 보수 정당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 중 시대적 소명이 다한 것은 버리고, 국민의 요구와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는 새 것을 채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4대 가치를 뒷받침하는 항목으로 꼽은 핵심가치 6가지와 혁신가치 6가지를 보면, 핵심가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국가안보 △공동체·통합 △긍정의 역사관을 꼽고 있다. 이어 혁신가치로는 △국가도덕성 △국민성장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사회 △준비된 미래 △당당한 평화를 거론했다. 보수 정당으로서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핵심가치에, 시대적 요청을 반영한 혁신 가치를 더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성장’은 김병준 위원장이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반해 제안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일컫는 말이고, ‘당당한 평화’ 역시 남북 관계 해빙 기류를 감안해 북한의 비핵화에 방점을 두는 한국당의 입장을 재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 원칙으로는 △책임성 △진정성 △투명성 3대 원칙을 선정했다.
이날 홍성걸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이 어떤 반성을 해 왔느냐. 자유한국당이 말하는 깊은 성찰과 반성에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의 과오를 반성하는 것도 포함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두 포함이라고 봐야 한다”며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보수정치세력의 책임”이라고 대답했다. 또 “보수 정당임에도 도덕성, 솔선수범, 명예 등 소위 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에서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다. 반성하는 시작점을 도덕성 회복에 뒀다”고 설명했다.
소위 위원인 김종석 의원은 “현실 정치의 혼란으로 인해 보수가 추구해 온 이념이 과소평가되고 가려진 측면이 있다”면서 “소위 활동을 통해 보수 정치가 추구해 온 가치와 비전, 이념을 국민들에게 좀 더 잘 알리고, 진보진영과 차별화되는 법안과 정책으로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송희경 의원도 “좌표가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가치를 ‘브랜드 뉴’(새롭게)한 것 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신념의 진정성은 행동으로 보여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비대위 산하 정당개혁 소위원회(위원장 나경원)이 소속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한번에 선출하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64.1%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정당개혁 소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비대위원회의에 참석해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와 최고위원 선출을 분리해 치르고 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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