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에도 기승을 부리는 모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방역약품에 지난해 ‘살충제 달걀 파동’ 당시 문제가 된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도 포함된 것으로 16일 드러났다.
이날 <한겨레>가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질병관리본부 등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방역약품 성분의 상위 5개는 에토펜프록스(22.2%) 비펜트린(13%) 람다사이할로트린(10.3%) 디페노트린(9.4%) 데카메트린(9%)이었다. 이들 인체 유해 성분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비펜트린이다. 이 성분은 유럽연합(EU)에서도 인체에 해로운 ‘환경호르몬’으로 규정됐고,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 때도 크게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화학약품 대신 바이오방역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주요 감염병 매개모기 방제관리지침’에서도 바이오방역이 이뤄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의 방제 기준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방역에 사용되는 약품 성분을 허가할 때 방역 국제기준에 맞춰 더 세심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감염병 예방용 살충제는 대상 해충, 사용 장소 등 방역 목적에 따라 적절한 제품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케미컬 성분 또는 바이오 성분을 허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업체에 약품 선택권을 준 결과 인체에 유해하지만 방역에 용이한 화학약품 성분이 방역약품의 대부분(94%)을 차지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한 방역전문가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바이오방역을 우선으로 하지만 우리는 화학약품 사용이 많다. 한국도 세계 추세에 맞춰 화학약품 성분 사용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제세 의원도 “감염병 매개해충 방제를 위해 인체에 유해한 약품 성분 사용을 금지하고 국민 건강과 환경을 고려해 바이오 약품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영지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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