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한겨레> 자료 사진.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연일 화제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 정책과 경제 정책에 쉼없이 ‘돌직구’를 던지며 ‘반문재인’, 극우·보수 지지층의 환호를 받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정치 생활은 2012년 더불어민주당에서부터 시작됐다. 현재 재선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경기 광명을 지역구에서도 2016년 민주당 깃발을 들고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으로 바뀌어온 그의 당적과 관련해, 야권 재편 상황에 따라 다음엔 ‘자유한국당’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민주당 출신 정치 신인이었던 이 의원에게 지난 6년간 어떤 일이 있었을까.
■ 2012 : 법조인 출신 정치 신인, 민주당의 얼굴 되다
2012년 총선에서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민주통합당은 40살의 정치 신인 이 의원을 경기 광명을에 전략공천했다. 에스(S)-오일 상무 출신의 젊은 여성 법조인으로 수도권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3선의 전재희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19대 국회 민주통합당 지역구 의원 중 최연소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곧바로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을 맡으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을 맡는 등 줄곧 민주당의 얼굴이었다. 그 시절 그가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한 논평은 이런 것들이었다. <시대를 역행하는 삼성의 노조파괴전략, 2013년판 안기부인가>(2013년 10월). <평화적으로 마무리한 ‘2차 민중총궐기대회’, 막지 않으면 충돌도 없다>(2015년 12월).
2012년 2월29일 이언주 당시 에스오일 상무(오른쪽)가 민주통합당 전략공천지역 후보로 입당하며 한명숙 대표(가운데)로부터 환영받을 때의 모습.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적잖은 이들은 민주당 소속이던 그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했던 발언들을 기억한다. 2015년 10월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임금피크제는 회사의 비용절감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해 5월엔 공무원연금 개정안 무산에 항의하며 “여야간 합의된 사회적 대타협을 청와대의 가이드라인 하나로 손바닥 뒤집듯 깬 게 누구냐”고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 시절 이 의원의 활동에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노조 활동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내용이 많았다. 이 의원은 평소 “내 스스로 비정규직으로 일해봤고 학원에서도 일했었고 아르바이트도 해봤다”며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공감을 적극 표시해왔다.
■ 2016 : 재선 성공, 경제민주화의 선봉에 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 뒤 경기 광명을에서 다시 민주당의 공천을 받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엔 ‘경제민주화’가 특히 자주 입에 오르내렸다. 경제민주화는 김종인 위원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2016년 7월 국회 본회의장에선 “기업 법인세를 더 걷어 소득이 없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법인세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해 9월엔 대기업 법인세율 인상 등 ‘경제민주화’ 핵심 법안을 앞장서 발의하기 시작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포함돼 있는 의원 연구단체 ‘경제민주화정책포럼 조화로운 사회’의 대표 의원도 맡기 시작했다.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최운열, 제윤경, 박용진 의원 등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그해 8월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에 도전했지만 ‘친문’ 핵심 인사인 전해철 의원에 패했다. 득표율 63% 대 37%, 큰 차이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언주 의원은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서 진 뒤 ‘친문이 아니어서 정치적으로 패배했다’는 피해의식이 커졌다”고 전했다. 곧이어 당대표 선거에서도 김상곤, 이종걸 후보를 누르고 추미애 후보가 당선되면서 친문 체제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탈당 뒤 “민주당에 있을 때, 친노(무현계)도, 친문(재인계)도, 참여정부에서 일한 사람도 아니었고 그냥 이방인이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출신 성분이 별로 좋지 않아서 결코 지도부가 될 수는 없다, 당권에 가까이 갈 수는 없다’라는 말을 우리끼리 했었다. 극복하기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그해 연말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테러방지법’ 추진에 반대하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7년 4월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이언주 의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2017 : 안철수와 손잡고 ‘반문재인’을 주도하다
2017년 4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대선을 한 달 가량 앞둔 때였다. 김동철, 주승용, 최명길 등 ‘비문’ 민주당 의원들이 탈당해 국민의당을 꾸린 지 1년이 지난 때였다. 비문 의원들의 탈당 러시에서 마지막 주자인 셈이었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에 입당하면서 “한국정치의 변화를 위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고, 또 가고자 하는 안철수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당의 많은 동지들과 함께 진정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했다. 4월 광화문에서 안철수 대선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눈물의 연설’을 한 게 화제가 됐다. “나는 안철수에게 정치 생명을 걸었다”고 했다. 국민의당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으며 일약 당의 ‘간판 의원’이 됐다.
그해 7월엔 학교 급식 노동자들을 향해 ‘밥하는 아줌마’라고 표현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에스비에스>(SBS)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정규직의 파업과 관련해 “미친놈들”이라는 표현을 하고, 학교 급식 노동자들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노조의 지탄을 받은 것이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당 회의에서 한 공개발언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사장님이 같이 살아야 저도 산다는 생각에서 (알바 월급을) 떼였지만 노동청에 고발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이런 어떤 공동체 의식이, 같이 함께 살아야 된다, 이런 게 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발언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공분을 샀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을 향해 ‘밥하는 아줌마’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됐던 지난해 7월11일, 이언주 의원이 국회 정론관 앞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들과 맞닥들여 항의를 받을 때의 모습. 송경화 기자
그즈음 이 의원에게 물어봤다. 국민의당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그는 “중도다. 보수는 아닌지 몰라도 중도라고 봐야 한다. 중산층이나 자영업자, 영세 자영업자가 우리 당의 지지 기반이다. 노총들은 우리를 지지 안하지 않냐”고 답했다.
그해 8월 국민의당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뒤론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를 ‘공개 저격’했다.
■ 2017 : ‘보수’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앞장서다
2017년 9월 바른정당 의원들과 함께 ‘국민통합포럼’을 결성했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과 함께 공동 대표를 맡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이 의원은 통합에 반발해 ‘박정천(박지원·정동영·천정배)’이 국민의당을 떠나고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 체제의 바른미래당이 탄생하는 전 과정을 주도했다. 안철수 후보의 대선 패배 뒤 당의 미래를 찾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통합 뒤 치러진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은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2018년 7월 이 의원은 ‘시장경제살리기연대’를 결성했다. 바른미래당에서 이 의원과 정운천 의원이, 자유한국당에선 김종석, 추경호, 김용태 의원이 의기투합해 만든 모임이었다. 김종석, 추경호 의원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 선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된 각종 경제 정책으로 시장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며 나라 경제를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공식 행사에 이 의원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시작한 게 이즈음부터다. 8월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관영 의원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소상공인 농성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의원은 같은 날 이들이 아닌 강효상, 정유섭, 윤상직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함께 농성장을 찾았다. 이 의원에게 ‘자유한국당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당적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다시 양당 체제로 재편되는 방향을 민심이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가짜 난민 반대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는 이언주 의원. 이 의원 페이스북
■ 현재 : 보수 우파의 중심을 노리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보수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가짜난민 반대 집회’에 잇따라 참석하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수시로 비판하며 “자유시장경제 국가가 아니라 완전히 사회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수 유권자의 유투브 결집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그가 지난 8월 개설한 ‘이언주 티브이(TV)’는 2달여 만에 구독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 버금가는 ‘사이다’ 발언으로 보수 유권자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23일엔 일요서울 티브이(TV)가 공개한 ‘주간 박종진’ 인터뷰 방송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칭찬했다. “독재를 했다는 측면에서는 비판받지만 저는 박정희 전 대통령같은 분이 그래도 역대 대통령 중에서 굉장히 천재적인 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대통령이 우리 역사에서 나타났다는 것이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굉장히 행운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전 앵커가 “태극기 부대에 인기가 많다는 소문도 있고, 이언주 의원이 좌파 아니었냐, 그런데 우클릭으로 갔다는 얘기가 있다. 정체성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자 이 의원은 “제가 언제 좌파였냐. 시작을 민주당에서 했기 때문에 그렇게 선입견을 갖고 보시는 것인데 제가 좌파였으면 계속 민주당에 있지 집권할 건데 무엇때문에 나왔겠냐”고 답했다.
최근 자신의 고향인 부산 영도를 자주 방문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는 목격담이 자주 들려오고 있다. 이 의원은 영도여고를 나왔다. 이 의원과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한 의원은 “이 의원이 부산 지역 관련 현안에 국정감사 증인을 집중적으로 신청하더라”고 전했다. 부산 영도는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다. 김 의원은 이미 차기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보수대통합’ 구상이 현실화할 때 이 의원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