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국회 교육위 수석전문위원 정재룡씨
정재룡 국회 교육위 수석전문위원은 1988년 입법고시에 붙어 이듬해부터 국회에서 일해왔다. 고시 동기들보다 한참 늦은 2015년 차관보급인 수석전문위원에 올랐다. 이사관 승진 8년6개월 만이었다. 그가 최근 입법 현장의 문제점 등을 지적한 언론기고문과 토론회 발표문 등을 모아 <입법의 현장>이란 책을 냈다. 국회 상임위에서 입법 지원을 하는 전문위원들은 국회의 숨은 실세로 불린다. 법안이나 예산안 심사 때 그들이 내놓는 의견이 적잖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16일 국회 사무실에서 저자를 만났다.
그는 비주류를 자처했다. “역경과 난관을 뚫고 여기 버티고 있어요.” 왜? “국회에서 위원회는 한직이죠. 조직 관리를 하는 사무처 계선조직의 실·국장을 서로 하려고 해요. 위원회는 거쳐가는 자리죠. 사무처 실·국장을 거쳐 전문위원 경력도 없이 바로 수석전문위원으로 오기도 해요.” 그는 ‘위원회 한길’을 걸었단다. 보직도 모두 위원회에서 했다. “자의반 타의반의 선택이었죠. 제 고향이 전북 고창이고 대학은 전남대를 나왔어요. 도저히 (사무처) 주류와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고 봤어요. ‘승포공’(승진 포기 공무원)이 된 이유죠.”
지금은 이런 선택이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생각도 한단다. 국회의 본질적 기능인 입법 업무의 전문성을 쌓았기 때문이다. 국회 상임위엔 19명의 수석전문위원과 전문위원 20명, 입법조사관 155명이 있다. 이들의 주된 업무는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검토해 보고서를 내는 일이다.
그는 책에서 소관부처 의견도 달지 않고 찬·반 의견만 균형을 맞춰 내놓는 검토 보고서를 문제삼았다. 법안의 30% 정도에 이런 부실한 보고서가 달린단다. “여야 쟁점 법안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을 땐 검토 보고서에 소관부처 의견을 달아 논증하고 가부간 결론을 내려줘야 합니다.” 왜? “심층 검토해 결론을 내려주면 법안 처리율도 높아지고 입법 품질도 올라가죠. 찬반 나열만 해선 법안 수정안이나 대안 마련도 쉽지 않아요.”
그의 주장을 모두가 환영하지는 않는다. 반대 의견이 달리면 당장 발의 의원이 반발할 것이다. 그렇다고 검토 보고서의 품질이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전문위원 평가시스템이 아예 없어요. 평가를 어떻게 하냐면, 먼저 1년 동안 뭘 했냐고 쓰라고 해요. 그걸 보고 입법차장(차관급)이 평정하고 사무총장이 확인하죠. 정의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평가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실행되지 않았죠.” 국회는 현재 문희상 의장 직속으로 국회혁신자문위를 구성해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와 평가체제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그는 3년 전 자신의 승진을 두고 기적적이란 표현을 썼다. “당시 정의화 의장이 인사를 하면서 제가 쓴 검토 보고서를 봤고, 그게 인사에 반영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소신을 가지고 검토보고서에 공을 들여온 게 뒤늦게 빛을 발한 것이다.
그는 책에서 입법 과정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도 제시했다. 소위원회 가결 내용이 문서로 보존되지 않아 시간이 흐른 뒤 문서 확인이 어렵다는 점도 그 중 하나다. “소위 심사자료는 파일 형태로라도 보관해야 합니다.” 소위의 위원장 혹은 소속 의원의 셀프 법안 심사는 공정성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면서 “소위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국회법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1988년 입법고시 거쳐 30년째 ‘한길’
이사관 9년째 차관보급 ‘지각 승진’
“호남 비주류라 ‘승·포·공’ 될 수밖에” 상임위 법안 검토보고서 ‘소신 의견’
전문위원 활동담은 ‘입법의 현장’ 내
‘출신지역차별인사 금지 특별법’ 주목 왜 책을? “국회 직원이 2천명이죠. 이들이 제 구실을 해야 국회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여기에 저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는 마음으로 썼죠.” 국회 직원들이 제 노릇을 못한다면 그 이유는? “국회는 입법 현장이면서 정치 현장이죠. 의원 300명이 딱 버티고 있잖아요. 직원들이 이 분위기에 휩쓸리는 사례가 많아요. 의원들이 이들의 보호막이 됩니다. 언론도 의원들만 감시하고 직원들은 들여다 보지 않아요.” 전문위원들이 국회의 숨은 실세라는데? “법안 검토를 하며 결론도 내리지 않고 눈치 보는데, 어떻게 실세입니까. 지금은 의원실 직원들 힘이 더 세요. 그쪽 목소리가 예전보다 커지고 있죠. 의원실 직원들이 늘어난 영향도 크죠.” 그는 지난해 9월 유성엽 의원이 발의한 ‘출신지역 차별인사 금지 특별법’에 관심이 많다.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공공기관, 대기업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지역 사람 다수를 인사상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 11명 등 의원 120명의 찬성 서명도 받았단다. “통계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호남차별 인사를 했어요. 현 정부 인사를 두고도 티케이 쪽에선 보복이란 말이 나오잖아요. 다시 정권이 바뀌면 박근혜 정부 이상의 호남차별 인사가 벌어질 수 있어요. 정권초 힘이 있을 때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역대 지자체장들의 인사를 보면 의도적, 전략적으로 호남차별 인사를 많이 했어요. 문화계 블랙리스트도 형사처벌을 받잖아요? 특정지역 출신 다수를 장기간 고의적으로 배제했다면 이 역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해요.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죠. 물론 호남 특혜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기억에 남는 ‘입법 현장’ 한 장면을 물었다. “3년 전 교육부 예산안 심사 때 정부나 여당은 총장 직선제를 하는 대학은 사업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했죠. 제가 그런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검토 보고를 했어요. 대신 ‘교육 혁신’ 항목의 점수를 깎자고 절충안을 제시해 채택됐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정재룡 국회 교육위 수석전문위원. 강성만 선임기자
정 수석전문위원이 최근 펴낸 <입법의 현장> 표지.
이사관 9년째 차관보급 ‘지각 승진’
“호남 비주류라 ‘승·포·공’ 될 수밖에” 상임위 법안 검토보고서 ‘소신 의견’
전문위원 활동담은 ‘입법의 현장’ 내
‘출신지역차별인사 금지 특별법’ 주목 왜 책을? “국회 직원이 2천명이죠. 이들이 제 구실을 해야 국회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여기에 저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는 마음으로 썼죠.” 국회 직원들이 제 노릇을 못한다면 그 이유는? “국회는 입법 현장이면서 정치 현장이죠. 의원 300명이 딱 버티고 있잖아요. 직원들이 이 분위기에 휩쓸리는 사례가 많아요. 의원들이 이들의 보호막이 됩니다. 언론도 의원들만 감시하고 직원들은 들여다 보지 않아요.” 전문위원들이 국회의 숨은 실세라는데? “법안 검토를 하며 결론도 내리지 않고 눈치 보는데, 어떻게 실세입니까. 지금은 의원실 직원들 힘이 더 세요. 그쪽 목소리가 예전보다 커지고 있죠. 의원실 직원들이 늘어난 영향도 크죠.” 그는 지난해 9월 유성엽 의원이 발의한 ‘출신지역 차별인사 금지 특별법’에 관심이 많다.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공공기관, 대기업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지역 사람 다수를 인사상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 11명 등 의원 120명의 찬성 서명도 받았단다. “통계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호남차별 인사를 했어요. 현 정부 인사를 두고도 티케이 쪽에선 보복이란 말이 나오잖아요. 다시 정권이 바뀌면 박근혜 정부 이상의 호남차별 인사가 벌어질 수 있어요. 정권초 힘이 있을 때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역대 지자체장들의 인사를 보면 의도적, 전략적으로 호남차별 인사를 많이 했어요. 문화계 블랙리스트도 형사처벌을 받잖아요? 특정지역 출신 다수를 장기간 고의적으로 배제했다면 이 역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해요.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죠. 물론 호남 특혜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기억에 남는 ‘입법 현장’ 한 장면을 물었다. “3년 전 교육부 예산안 심사 때 정부나 여당은 총장 직선제를 하는 대학은 사업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했죠. 제가 그런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검토 보고를 했어요. 대신 ‘교육 혁신’ 항목의 점수를 깎자고 절충안을 제시해 채택됐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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