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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김성태 “왕실장”·손학규 “최순실”…임종석 때리기 왜?

등록 2018-10-30 12:01수정 2018-10-30 14:20

보수야당 연일 임종석 비서실장 공격
집권 2년차 ‘2인자론’ 부각해 정권 흔들기 전략에
대권주자 후보군 흠집내기라는 분석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7일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7일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들어 보수 야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행보를 두고 연일 비판하고 있다. 임 실장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본분에 충실하지 않고 본인 정치를 한다는 것인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 공격 방법으로 ‘2인자론’을 부각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전횡에 임종석 비서실장도 기고만장하고 있다. 대통령 유럽 순방 기간 비서실장이 국방부 장·차관, 국가정보원장, 안보실 등 많은 지휘관을 대동하고 전방부대 시찰을 갔다. 시찰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본인이 내레이션 입혀 청와대 왕실장 정치를 본격화했다. 어떤 경우든 임종석 실장 같은 분은 그런 맥아더 선글라스를 끼고 정치적 행동을 하는 것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자중하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전날 당 회의 자리에서 임 실장의 전방부대 시찰을 거론하며 “비서실장이 왜 패권 정치의 폐단을 보이느냐. 국민은 또 다른 차지철, 또 다른 최순실을 보고 싶어하지 않으니 자기 정치를 하려면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말했다. 임 실장을 박정희 정권의 ‘2인자’였던 차지철 경호실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왔던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빗댄 것이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도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비서실장 스스로 자신을 차기(대통령)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부적절하고 우리 헌법상 권력구조 정신을 무시한 처사다. 장관들 거느리고 폼 잡으니 기분이 좋던가?”라고 말을 보탰다.

임 실장의 행보를 두고 야권이 비판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임 실장이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여야 대표에게 동행을 요청하면서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말하자, 손학규 대표는 “SNS로 '꽃할배가 어쩌고 저렇게 해서는 안 된다. 비서실장이 자기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보수 야당이 임 실장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임 실장을 ‘권력의 2인자’로 부각해 청와대를 흔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 대통령을 대리해서 상처 내기를 하는 것이다. 임 실장의 ‘자기 정치’를 계속 부각해 차기 대권 후보로 올리면서 동시에 청와대 불신을 조장하는 전략이다. 일차적으로는 청와대 공격용이고 부차적으로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임 실장에 미리 상처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직접 비판’이 큰 효과를 얻지 못하자 최측근을 공격하는 ‘전술’도 함께 쓰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임 실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 나설 경우 다른 후보군보다 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임 실장이 나올 경우 오히려 구도가 명쾌해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북 안보 이슈에서 ‘각’을 세우는 방향으로 전략이 설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중도보수를 놓고 경쟁하는 한국당의 입장에선 이낙연 국무총리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보다는 임 실장이 편한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정유경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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