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가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태 사무총장, 김병준 비대위원장, 김성태 원내대표, 함진규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국회 동의 없이 밀어붙인다”는 이유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 제출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조명균 장관은 지난 15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북한과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착공식을 연내 진행하고 이달 말 경의선 동해선 공동 조사를 한다고 합의했다”며 “국회는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는 조약과 입법사항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조 장관은 재정을 투입하는 남북경협 사업을 독단적으로 하려 한다.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이어 “지난 7월 착공해 지난달 말 마무리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시설 개보수와 관련해, 통일부가 7월에 의결한 예산은 8600만원이지만, 공사 마무리 후 100배가 넘는 비용 97억8000만원을 사후 심의·의결했다”며 “(통일부가) 사전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남북 협력기금의 특성을 악용해 1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투입한 것은 직권 남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조 장관이 남북고위급 회담장에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기자 출입을 불허한 것을 두고 “탈북민 인권, 언론 자유를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다”며 “조 장관을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헌법 5조와 63조에 따라 해임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헌법 63조를 보면,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112석을 가진 자유한국당이 독자적으로 해임 건의안을 제출할 수는 있지만 통과되려면 다른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당을 빼고 공개적으로 조 장관 해임 건의에 찬성하는 입장을 낸 야당은 없다.
국회에서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이를 따를 의무는 없다. 다만 그동안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면 해당 국무위원들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 의석 과반을 차지하던 한나라당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미군 장갑차 점거 시위 책임을 물어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단독 처리했고, 김 장관은 결국 자진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9월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고, 여소야대 국면 속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야권의 해임건의안 추진이 정치 공세라는 이유 등으로 거부했고 김 장관도 물러나지 않았다. 김 장관은 지난해 박 대통령 탄핵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퇴임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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