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시 서초구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7월 하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정보위에서 배제된 뒤 3개월 만의 ‘귀환’이다.
김 의원은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출신이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뒤 국회 정보위에 배정돼 민주당 간사로 활동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그는 자신의 아들이 2014년 국정원 공개채용에서 떨어진 이유를 밝히라고 피감기관인 국정원을 상대로 집요하게 요구했다. 2016년 10월 아들은 경력직 공채로 국정원에 들어갔는데, 김 의원의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국정원 내부에선 2014년 김 의원 아들의 탈락을 직권으로 취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2017년 국정감사를 앞두고는 국정원에 ‘아들이 2014년 공채 때 왜 떨어졌는지 서면으로 자료를 요청했다’는 게 국정원 관계자의 증언이다. 김 의원은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2009년 해임된 뒤 국정원과 행정소송을 벌였던 자신에 대한 보복으로 국정원이 아들을 부당하게 떨어뜨린 것이라고 주장하며 “국정원 개혁에 저항하는 적폐세력이 강고함을 방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공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감사원 감사 청구 등 공식적인 절차를 밟는 게 옳지만, 그는 국회 정보위원이라는 공적인 권한을 사적으로 활용했다. “우리 애(의 채용 과정)에 대해 재검증을 해달라”고 요구했음은 본인이 <한겨레> 취재 과정에서 시인한 내용이다. 보도가 나간 뒤 그는 국회 정보위에 배제됐다.
그러나 김 의원은 국회 정보위에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사보임 형태로 정보위에 슬그머니 복귀했다. ‘그래도 정보위에서 야당의 공세를 방어할 수 있는 사람은 김병기밖에 없다’는 현실론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야당에서는 내년도 예산을 무조건 삭감하겠다고 하니 우리 입장에서는 국정원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김 의원을 (정보위에서) 배제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감장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그동안 허리 등 몸이 안 좋아서 지금 정보위에 복귀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김 의원의 정보위 복귀에 대해 민주당 의원실의 젊은 보좌관은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이 공채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본인 아들이 국정원에 다니는 걸 모든 사람이 알게 된 것 아니냐. 그런데 국정원을 감독하는 정보위로 아버지가 다시 복귀한다?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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