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케이(K)뱅크에 대한 인터넷은행 사업자 선정이 심사 전부터 이미 내정돼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귀신같은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면서도 ‘짜맞추기’ 의혹에 대해선 “그렇게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심사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을 근거로 케이뱅크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안종범 수첩에 2015년11월20일 카카오 86, (케이뱅크 컨소시엄인) 케이티(KT) 83, 아이뱅크 64라고 적혀있는데, 11월29일 발표한 평가표에 860.8, 831.2, 642.6이라고 적혀있었다”며 “정말 귀신같지 않냐”고 물었다. 심사가 시작되기 전 ‘안종범 수첩’에 적힌 점수와 실제 외부 평가위원의 세부 심사평가 결과표의 점수가 일치하는 만큼 사전에 케이뱅크를 내정한 뒤 평가 결과를 짜맞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종구 위원장은 “점수 문제는 저도 정말 의원이 표현한대로 ‘귀신 같은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11월27~28일 7명의 심사위원이 합숙해 14개 항목에 채점을 해서 점수를 냈는데, 그렇다면 11월20일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 수석에게 지시했거나 수석이 대통령에게 이 점수로 하겠다고 보고를 하고 그 점수표를 만들어서 14개 항목별 점수 배정이 된 표를 7명의 심사위원들에게 나눠줘서 그 위원들이 똑같이 그대로 했어야 이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영선 의원이 “일괄적으로 다 합산을 내서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고 지적하자 최 위원장은 “그 당시 금융감독원이 외부 평가위원을 선정하고 합숙하며 점수를 냈는데 도저히 그렇게 (조작)하기는 어려웠다고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귀신 같은 일”은 맞지만 ‘내정 뒤 짜맞추기’는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박 의원은 “금융위원장이 이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받겠다고 말했는데 청구했냐”고 물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청구를 안했고 상의를 지금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왜 (감사원과) 상의를 하냐, 청구를 해야지”라고 반문하자 최 위원장은 “청구를 하면 받아줄지도 미리 좀 알아봐야 된다”고 답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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