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우파 대통합을 위한 1차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진태 의원, 심재철 의원, 조경태 의원, 유기준 의원. 연합뉴스
‘전원책 해임’ 사태로 자유한국당의 인적 쇄신이 흐지부지되면서, 다음달 중순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근혜계와 당 주류인 복당파가 지도부 쟁탈전에 돌입했다. 특히 양쪽은 여론의 비판을 받는 ‘탄핵 재평가’ 대신 ‘반문(재인) 연대’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며 장기적으론 보수대통합의 밑그림까지 그리겠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선거는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의 ‘전초전’ 성격이 크다. 13일 현재 원내대표 선거 출마 후보군으로 4선 나경원·유기준 의원, 3선 강석호·김영우·김학용 의원 등이 거론된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후보들은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나경원 의원은 중립 성향에 가깝다.
후보들이 계파색을 분명히 드러냈던 예전과는 달리, 이번 후보들은 대체로 ‘통합’에 무게를 둔다. 현역 의원의 70%가 넘는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통합과 전진’은 지난 7일 모임을 열고 “특정 계파색이 짙지 않은 사람이 차기 원내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비박계 강석호 의원은 ‘강성’ 친박계로 알려진 이장우 의원에게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2016년 이정현 당대표 체제에서 함께 최고위원을 지냈다. 당시는 각각 ‘비박’과 ‘친박’을 대표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친분이 있다는 게 강 의원 쪽의 설명이다.
중립 성향 나경원 의원은 지난 9일 친박계 윤상현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말 이렇게 한평생을 감옥에 가실 정도의 잘못을 하셨느냐. 거기에 공감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친박계 일부에서는 복당파가 후보 단일화를 할 경우 나 의원을 친박 쪽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기류도 형성된다.
여기에 최근엔 ‘반문 연대’ 프레임이 당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최근 잇따라 토론회를 열어 “보수 대통합을 하려면 결국 반문 연대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김무성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와서 친박, 비박 얘기가 나올수록 국민 지지가 더 떨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그런 경계선을 넘어 우리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임을 할 때가 됐다. 그것을 시도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반문 연대’가 바른미래당까지 아우르는 ‘보수 대통합’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에 불만이 있는 보수 세력을 규합해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반문 연대 깃발을 들고 통합해 나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각자 당에 소속된 당원이지만 당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에 대한 뚜렷한 입장 차가 결국 통합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분당과 복당 과정에서 생긴 서로 간 불신과 피해의식도 깊다. 한 친박계 의원은 “통합 얘기를 하는데 디테일로 들어가면 (복당파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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