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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서초비타민” “청주의 딸”…지역구 열 올리는 ‘비례대표’들

등록 2018-11-20 10:20수정 2018-11-20 13:37

‘여성·교육계’ 박경미, 서울 서초을 지역구 삼아
‘청년’ 김수민, ‘국방’ 김종대, 청주 지역구 관심
직능 대표자들의 이른 지역구 활동 우려도 나와
경험 살려 ‘다선’ 안착 위해선 불가피하단 의견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박경미 의원이 지난 9월13일 서울 서초구 지역 행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박 의원 블로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박경미 의원이 지난 9월13일 서울 서초구 지역 행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박 의원 블로그
“서초비타민 국회의원 박경미 의정 보고.…서초구민의 삶을 풍요롭게 할 특별교부금 예산 44억원을 확보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2016년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번이었던 박경미 의원은 지난 15일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뿌렸다. “서초구 학교 교육환경개선 사업에 16억4900만원, 방배배수지 체육공원 확장사업에 20억원, 우면산 등산로 개선사업에 8억원” 등을 확보했다는 홍보였다.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출신의 박 의원은 여성·교육계 몫으로 민주당 비례대표 1번에 배정돼 당선됐다. 민주당 서울 서초을 지역위원장을 맡게 된 박 의원은 지난 9월 지역구 사무실을 열었다.

2020년 총선을 1년 반여 앞두고 차기 지역구민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일찌감치 지역구 활동에 주력하면서 ‘각 직능을 대표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비례대표 경험을 살려 ‘다선’에 안착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1번인 신용현 의원도 대전 유성을 지역구를 일찌감치 점찍고 대전과 서울을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 신 의원의 고향은 서울이지만, 대전의 여러 과학 연구원에서 재직하며 30여년을 살아 이 곳을 지역구로 정했다고 한다. 지난달 18일에는 대전시 주민자치회 창립 행사에 참여했고, 13일에는 유성 지역 행사인 국화 음악회에 참석했다. 신 의원은 여성, 과학계 몫으로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에 당선됐다. 대전 유성을에는 4선의 이상민 의원(민주당)이 버티고 있다. 비례대표들 중에는 다른 현역 지역구 의원들처럼 ‘금귀월래(주중에 국회에서 활동하다 금요일에 지역구로 간 뒤 월요일에 국회로 돌아온다)’하는 이들이 적잖다.

바른미래당 청년 몫 비례대표인 김수민 의원은 지난 14일 ‘의정활동 보고’ 자료를 배포하며 “울고 불고 싸우면서도 기어코 ‘청주’의 주요 사업들 예산을 증액시켰다”고 홍보했다. 고향이 청주인 김 의원은 자신을 “청주의 딸”이라고 부른다. 청주엔 민주당 3명(오제세·변재일·도종환), 자유한국당 1명(정우택)의 의원이 지역구를 차지하고 있는데 김 의원은 이들과 함께 지난 30일 ‘세종역 반대’ 의원 모임을 하기도 했다. 청주는 국방분야 전문성 등을 인정받아 정의당 비례대표가 된 김종대 의원도 지역구로 삼은 곳이다. 김종대 의원도 이 모임에 참여해 “세종역 설치는 충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발에 힘을 보탰다.

선거구별 최다득표자 1명이 당선되는 지역구 의원과 달리 비례대표는 각정당이 제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 중에서 정당득표율에 따라 당선자 규모가 정해진다. 여성·청년을 비롯해 다양한 직능의 전문가들이 국회에 진입하는 통로로 여겨지는 제도다. 때문에 비례대표들은 대부분 신진 정치인이다. 현재 299명의 의원 중 47명이 비례대표인데, 바른미래당 박선숙 의원을 빼고 모두 초선이다. 이들은 차기 총선에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출신 지역 등에 따라 일찌감치 지역구를 점찍어두고 활동의 폭을 넓혀가곤 한다. 요즘처럼 하반기 국회, 예산안 심사 정국에 들어서면 자신을 지역구에 알리려는 활동이 더 본격화한다.

이를 두고 비례대표들이 자신이 대표하는 직능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는 의정활동에 매진해야하는데도 지역 활동에 치중하면서 그만큼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비례대표이지만 향후 지역구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한 의원은 “주어진 4년 동안 내 영역에 집중하기에도 할 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며 “지역구는 따로 두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역구 활동을 하는 한 비례대표 의원은 “비례대표는 정치권에 들어오기 힘든 신인들이 정치를 시작하는 관문으로서 의미도 있는 것”이라며 “정치 생명력을 이어가는 측면에서 지역 활동 병행도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후보의 50%를 여성으로 추천하며, 홀수 번호에 여성을 두도록 하고 있다. 지역구 의원의 경우 남성이 다수인 만큼 여성의 국회 진출을 도모하려는 장치다. 하지만 여성 초선 비례대표 출신이 지역구로 전환해 국회에 다시 안착한 경우는 많지 않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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