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 관계자가 참석한 바이오헬스ㆍ소프트웨어ㆍ지식재산 일자리창출 당정협의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정책위 수석부의장,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홍의락 산자중기위 간사.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금 민주당에서는 전문성 있는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배제한 채 정책위원회에서 주요 정책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4일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하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 기재부 발표 내용에는 원격의료, 공유경제 확대 등 예민한 사안이 담겼다. 당 정책위에서 당정협의를 5차례 이상 거쳤다고 했지만, 정작 ‘입법 주체’인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뉴스를 보고 상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지난 9월 소득재분배를 강화한 세법 개정안이 발표될 때도 “정책위가 직접 세법 개정안을 기재부로부터 보고받으면서 정작 상임위는 소외된 느낌이었다”고 다른 기재위 소속 의원이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정책위의장이 나서서 기재부 세제실에 직접 전화해 세법 개정안의 소소한 내용까지 ‘빼라, 마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최근 민주당 안에서는 정책위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해당 상임위를 ‘패싱’하고 독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책위가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정부 정책과 관련해 당정(당·정부부처) 또는 당정청(청와대까지 포함) 협의를 진행하는 주체이긴 하지만 정보 독점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당에선 정책을 둘러싼 소통이 부족해 당내 엇박자가 생길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정책이 반영되는 현장의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1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김태년(3선) 정책위의장이 언급한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이 대표적이다. 지배주주에게 더 많은 의결 권한을 주는 이 제도는 편법 승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은데, 김 정책위의장은 원내 지도부와 상의 없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관계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한 참석자는 20일 “아무리 정책위라도 주요 정책을 검토할 때 원내대표와 상의하고, 상임위 의견을 들어 이견이 있으면 의총을 거치는 게 상식적인 절차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당론을 바꾸며 추진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도 문재인 대통령이 통과를 촉구하면서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총대를 멘 측면이 있지만 당시 의원총회에선 “정책위의 깜깜이 운영 방식을 바꾸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한 중진 의원은 “그 문제(정책위 독주)는 의원들이 많이 얘기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같이 가면 느리지만 멀리 간다. 지금은 편할지 모르지만, 그게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위 독주 문제는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짝으로 뽑는 다른 정당과 달리, 당대표가 정책위의장을 선임하는 민주당의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이 정책 기능을 강화하려고 정책위를 원내 조직에서 독립시켰지만, 때때로 소통 부족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도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난 14일 정책위와 ‘첫’ 정책간담회를 했다. 수요일마다 정책위 보고를 받기로 한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그동안은 중요 사안에 대해 비상시적으로 보고됐고, 정책 논의는 거의 안 됐다. 최고위가 당 주요 정책에 대해 심의·의결할 권한을 갖는 만큼 그동안 당무에 집중한 회의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책위가 독주하고 있다는 당내 지적에 대해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과 규제입법 등도 상임위에서 논의했다. 세법 개정안도 간사가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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