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19일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공천 파문 당시 최경환, 윤상현 의원이 사드 배치에 대한 긴급현안질문을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 불참해 앞뒤로 자리가 비어 있다. 앉아 있는 이는 친박 성향의 조원진 의원으로 현재 대한애국당 대표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당협위원장 교체 등 ‘인적 쇄신’과 2020년 총선을 지휘할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살 길’ 모색에 나섰다. 당의 주류인 비박근혜계(비박계)를 비롯해 친박근혜계(친박계) 일부에선 당 안팎의 중도-보수세력을 규합해 ‘반문(재인) 연대’를 구성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최근 친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쇄신 기준을 제시하면서, 결과에 따라 친박계 의원들의 집단 탈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 ‘반문연대’ 깃발 올릴 수 있나 표면적으로 목소리를 활발히 내는 쪽은 ‘반문 연대’ 기치를 내건 보수통합파다.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은 우리 자유한국당이 분열하지 말고 화해하고 통합하라는 요구를 한다. 당이 잘못되는 과정에서 양보와 희생을 하고 통합하는 길만이 다음 집권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친박계에서는 윤상현 의원이 적극적이다. 윤 의원은 김무성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과 접촉하며 반문 연대를 구축하는 데 애쓰고 있다. 윤 의원은 김영삼 대통령 서거 3주기였던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도무문, 고인의 좌우명은 지금 울림이 더 큽니다. 우리는 거침없이 단결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반문연대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합니다”라고 했다.
다만 ‘반문 연대’ 기치 아래 통합으로 이어가기엔 당내 계파 간 골이 워낙 깊다는 게 걸림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근본적인 의견 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은 탓이다.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탄핵에 찬성하고 당을 나갔다가 들어온 사람들은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당파’의 반성 없이는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박계는 ‘국정농단 책임론’을 꺼냈다. 김용태 사무총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조강특위는 최근 당협위원장 정성평가 기준을 마련하면서 “당 분열의 시작점인 2016년 총선 공천 과정을 살피고 핵심적으로 관여했던 분들, 최순실 국정농단을 방치하고 조장했던 분들을 상세히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권에서 ‘친박’ ‘진박(진짜 친박)’을 자처했던 이들을 물갈이 타깃으로 삼는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친박계, 신당으로 활로 찾을까 복당파와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는’ 친박 중진들은 당내에서 설 자리가 좁아질 경우를 대비해 ‘새로운 활로’로 탈당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유한국당의 태생적 숙제인 ‘탈박근혜’ ‘탄핵책임론’ 등 이슈를 한번에 해결하려는 수단으로 만지작거리는 카드다. 최근 조강특위가 영남 다선, 2016년 이른바 ‘진박 공천’ 연루자를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데 자극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탈당 구상은 박 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을 근거로 영남 정당을 만든다는 것이다. 일각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옹립’해 보수 신당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보수진영의 창당 움직임은 대구·경북 중심 지역당, 보수 유튜브 스타를 중심으로 한 태극기부대 세력, 황교안 전 총리 옹립파 세 갈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보수진영에서 뚜렷한 구심력을 갖춘 인물이 없다. 황 전 총리는 현실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2017년 새누리당에서 30여명 의원이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든 것도 당시 유력 보수 대권 주자로 떠오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중도 사퇴와 유승민 후보의 대선 패배로 바른정당은 또다시 쪼개졌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탈당 얘기는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엄포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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