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4월 1일 오후 북한 평양을 방문해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쪽예술단이 공연을 펼칠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리허설을 지켜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에 첫눈이 펑펑 내린 24일 야권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거취 문제를 두고 공세를 퍼부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첫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며 “첫눈이 내리면 놓아준다던 청와대 쇼 기획자는 어떻게 처리할지 우리 한번 지켜보자”고 밝혔다. 이어 “그를 놓아주게 되면 이 정권은 끝날지 모른다. 쇼로 시작해서 쇼로 연명하는 정권이니까”라며 “이제 쇼는 그만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돌보고 북의 위장평화에 놀아나지 말아라”,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전력을 다하라”고 지적했다. 배현진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비슷한 시각 페이스북에 “오늘을 기다렸다”며 “부디 이 정권이 한 공연기획자의 손에 연명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달라”고 탁 행정관을 저격했다.
민주평화당도 논평을 내어 탁 행정관의 거취를 언급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첫눈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며 “첫눈 오면 놓아주겠다던 탁현민 행정관이다. 기억은 국민을 배반했지만 이제 그만 그를 놓아주자”고 했다. 이어 “탁현민은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며 “청와대를 떠나는 날, 좋은 기억으로 국민께 보답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탁 행정관은 저서에서 여성 비하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 논란이 되자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제 정말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라며 사의를 시사했다. 그러나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가을 남북 정상회담 등 주요 행사가 예정돼 있어 그때까지만 일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며 전화 통화로 간곡히 만류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임 실장은 “탁 행정관에게 겨울까지 (있어 달라고) 얘기한 건 정상회담 관련 일정들을 포함해서 얘기한 것이었다”며 “저는 지금도 (탁 행정관이) 그런 역할을 마저 해줬으면 하는, 비서실장으로서는 그런 욕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겨울까지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 바꾸는 것이 아니다. 저는 적어도 겨울까지는 있어 달라고 했고 만류하는 상황”이라며 탁 행정관과 계속 일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임종석 실장은 25일 페이스북에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서 엉뚱하게 만주와 대륙을 떠올렸다”라며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사업이 유엔의 제재 면제를 받은 사실을 언급했다. ‘첫눈’으로 탁현민 행정관 사퇴 여부가 관심을 받게 되자 다른 화제를 꺼낸 것이다. 임 실장은 “우리가 연결하게 될 철도와 도로는 남북을 잇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단동에서 갈아타고 북경으로 동계올림픽 응원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상력을 활짝 열어야 한다. 과거의 틀에 우리 미래를 가두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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