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국 사람 중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 아주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다”라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야당이 일제히 비판 논평을 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4일 “이 대표의 발언은 다문화시대에 대한 몰이해를 여지 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했다”고 논평을 통해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 발언은 30여만 가구에 이르는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들을 인종과 출신 국가로 나누는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다”라며 “집권 여당의 대표가 다문화 가정에 대해 매우 편협하고 굴절된 시각을 갖고 있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날 이 대표는 국회에서 친딘중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사람 중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 아주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발언했다. 양국의 교류 협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인데, 이를 두고 여성에 대한 이 대표의 인식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여성이 상품이자 기호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집권 여당 대표라는 분의 시대착오적 저질적 발언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라며 “이 대표의 정신 나간 망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부적절한 언행과 사고 방식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고, 시대 감성 또한 전혀 읽지 못한다면 집권 여당의 당 대표가 아니라 단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구태 정치인’ 그 뿐인 것이다”라며 “이 대표의 책임있는 정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중 대부분은 갓 스물을 넘겨 한국어도 배우지 못한 채 홀로 혼인을 이유로 이국땅인 한국에 덩그러니 떨어지게 돼 임신이란 신체 변화와 언어 장벽, 적응 안 된 새로운 문화, 남편과 소통 부재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태어난 자녀에 대한 책임감과 강인한 생활 능력으로 버텨보지만, 낯선 이국 땅은 멸시와 천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라며 “이것이 이해찬 대표가 말하는 ‘한국 남성들이 선호하는 베트남 여성’의 현실이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집권 여당의 대표가 베트남 경제부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 덕담이랍시도 주고받는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듯 하다”라며 “지금과 같은 행보를 계속한다면 고집 세고 오만한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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